노인 진료비 매년 급증
재정 압박에 보험제도 흔들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진료비 지출은 급증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보험료율이 월소득의 25%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민 모두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65세 이상 진료비, 전체의 ‘절반’ 육박

65세 이상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지난 4년간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7조4천억 원이었던 노인 진료비는 지난해 52조 원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 집계는 27조 원을 초과해 연간 기준으로는 55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전체 진료비 중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44.8%, 올해는 6월 기준 46%에 달했다.
김 의원은 “고령층 진료비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은 고령화가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압박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2072년엔 월소득 25% 전망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적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는 흑자를 유지하지만 내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09%인 건강보험료율은 2072년에는 25.09%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수치는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사업주와 개인이 절반씩 부담하게 되며, 실질적으로 국민 한 사람당 월소득의 4분의 1이 건강보험료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요양보험료율도 같은 기간 0.91%에서 13.97%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경제활동인구 감소, 임금 정체, 고령인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이 수치조차 보수적인 추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 민영화’ 우려… 무너지는 공공의료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경우, 보험료 인상 외에도 보장 범위 축소, 본인 부담률 상승, 비급여 진료 확대 등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공공 건강보험 체계의 유지가 어려워질 경우 민영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의료 민영화가 현실화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 부유층은 고급 보험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필수 진료조차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면 공공의료의 기능이 약화되고,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 빈곤’ 시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료·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순한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삶의 질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지출 효율화, 돌봄 인프라 확대, 기술 혁신, 노인연령 기준 조정 등의 정책적 해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 전문가 모두가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방향을 논의할 시점이다.
지금의 추세를 방치할 경우, 국민 의료비 부담은 앞으로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