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폭탄에도 20조 흑자
자동차·철강은 주춤, ‘이것’은 급등
‘반도체’가 살렸다, 기록 또 경신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한국의 경상수지가 약 20조 원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흐름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였다. 자동차와 철강은 수출 감소세를 보였지만,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도체 수출 확대… 흑자 규모 역대 최대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5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142억 7000만달러(약 19조 77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이며, 26개월 연속 흑자 기록도 이어갔다.
또한 상품수지는 131억 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 9월과 2016년 3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수출은 반도체와 의약품 등의 호조에 힘입어 작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11.3%, 컴퓨터 주변기기는 13.6%, 의약품은 51.8%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25억 3천만 달러 적자로, 전월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입국자 수 감소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 본원소득수지에서는 배당소득이 크게 증가해 전체 흑자 폭이 확대됐다.
철강·자동차는 고전… ‘美 관세’ 직격탄

자동차와 철강 수출액은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50%,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25년 5월 기준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철강 분야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동남아와 중동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전기차 수출 둔화의 영향을 함께 받았다. 수출 단가 하락도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줬다.
반도체 집중 구조, 한계도 존재

2025년 상반기 반도체 수출이 증가한 주요 요인은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였다.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HBM, DDR5 등)의 수요가 급증했고, 단가와 출하량이 동반 상승했다.
또한, 반도체는 미국 등의 고율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수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기술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회복과 단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출 실적이 특정 품목에 집중된 구조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거나 글로벌 시장 상황이 변할 경우, 실적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구조가 당분간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산업 다변화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