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에 가게 접는 사장님들
근로기준법 확대, 생계마저 위협
정부·소상공인, 해법 간극 여전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의 근무시간 확대를 추진하면서 955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졌다.
시행되면 연간 4200만 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어, ‘인건비 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근로자 보호 확대, 그러나 현실은 무겁다

정부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로 제한, 해고 제한, 연장·휴일·야간 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내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이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도 계약 시간을 늘려 주휴수당·4대 보험·퇴직금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를 ‘근로조건 격차 해소’와 ‘노동권 확대’의 계기로 본다. 대기업과 영세 사업장 간의 격차를 줄이고, 모든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대체로 긍정적 입장을 보이며 입법 추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매출보다 인건비가 더 무섭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법 취지와 다르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37세 A 씨는 2022년 전재산을 털어 가게를 확장 이전했지만, 1년 만에 매출이 25% 줄었다.
월세는 150만 원에서 580만 원으로 치솟았고, 재료비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는 “예전처럼 직원 5명을 쓰면 매출 절반이 인건비로 빠져나간다”며 가족을 불러 홀과 주방을 메우고 있다.
영등포에서 16년째 치킨집을 운영해온 63세 B 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코로나 이전 하루 매출이 300만 원을 넘겼지만 지금은 직원 시급을 1만 2000원 이상 줘도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한 명을 줄였지만 오히려 인건비 총액은 150만 원 늘었다. 그는 “버티다 버티다 더는 못하겠다”며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홍대에서 여성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67세 김태진 씨는 최저임금 인상과 매출 감소로 직원 3명을 해고하고 부부가 매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가족의 도움을 받을 여건이 안 되는 업장은 이미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했다.
폐업·자동화 가속 우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4인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경우 연간 4200만 원의 인건비가 추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최저시급이 9860원일 때의 조사로, 현재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4시간 운영이 많은 편의점 업계는 심야 영업 중단, 신규 출점 축소, 폐점 가속화를 예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가족이 돌아가며 심야에 일하는 형태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부담을 피하려 2년 근속 전에 계약을 종료하거나, 키오스크·배달앱 등 자동화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근로자 권익을 높이는 방향은 유지하되, 영세 사업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재정 지원과 제도 보완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건비와 임대료, 재료비라는 ‘3중고’를 동시에 겪는 현장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