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조 효과”가 현실로
관세 협상 이후 협력 본격화
한미 민간 협력 어디까지 갈까

한국과 미국이 최근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이후, 주요 산업 분야에서 협력 사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 효과가 실제 수주와 투자로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유지·보수 사업(MRO)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에서도 대규모 계약과 공동 개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 제안과 관세 인하 조치가 결합되면서, 한국과 미국 간의 민간 협력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HD현대, 美 군수 정비 수주… 한미 조선 협력 첫 결실

지난 6일,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7함대 소속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해당 함정은 2007년 취역한 4만1천 톤급 보급함으로, 정비는 울산에서 진행된다.
이번 수주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이후 처음 나온 국내 조선사의 MRO 성과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MRO 시장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계약을 따낸 것으로, 업계는 이번 수주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부의 협력 프로젝트 제안 이후 나온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성실하게 정비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오션도 미국 해군의 정기 수리 사업 3건을 수주한 바 있으며, 양국 간 조선 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업계도 ‘협상 효과’ 실감

조선업 외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에서는 관세 협상 이후 대형 계약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손잡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차세대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 애플은 “삼성과 협력해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협력 확대를 시사했다.
삼성은 지난달 테슬라와 165억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애플과의 계약으로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도 커졌다.
현대자동차는 GM과 차량 5종 공동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양사는 지난해 9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발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업계에서는 협상 직후 계약이 발표된 점에 주목하며, 관세 협상 타결이 기업 간 협력 강화의 촉진제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85조 투자 펀드, 민간 협력에 불붙이다

한미 양국이 타결한 관세 협상에는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민간 투자도 포함됐다.
총 3,500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 확대가 조선,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 분야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협상으로 한국산 제품에 부과되던 미국의 고율 관세가 최대 25%에서 15%로 인하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정부 역시 미국 진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공급망 협력·기술 협력·현지화 전략을 종합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문제 해결 이후 실제 수주나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투자 환경이 안정된 만큼 민간 기업들의 실질적인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협상이 불러온 기회

관세 인하와 전략 산업 투자 확대는 단기적 효과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민간 협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정책 협력에서 나아가, 기업 간 기술 개발, 공동 생산, 글로벌 시장 공략 등 민간 중심의 협력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AI, 반도체, 우주, 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서도 공동 연구와 투자 확대가 예상되며, 공급망 안정화와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이번 협상의 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미 간 경제 협력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향후 성과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