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갇힌 피해자, 스스로 문을 잠갔다
검사 사칭 전화에 속수무책 당하는 사람들
‘셀프 감금’ 피싱, 전 국민 불안 키운다

20대 공무원이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모텔에 혼자 들어가 휴대폰을 바꾸고 계좌 정보를 넘기려던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업주의 신고로 출동하면서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젊은 세대까지 타깃이 된 신종 수법에 5060 세대가 불안해하고 있다.
모텔에 스스로 갇힌 피해자, 기막힌 상황

경기 군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4시 50분께, 혼자 투숙한 20대 손님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손님은 휴대전화 두 대에 유심칩을 교체하며 사용 중이었고, 클립을 빌려달라며 불안한 모습으로 복도를 오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해당 남성 B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
그는 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범죄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됐다”는 말을 들은 뒤, 모텔에 투숙해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고 계좌 정보를 전송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경찰은 이처럼 피해자가 스스로 고립된 공간에 들어가 통제를 받는 수법을 ‘셀프 감금형 보이스피싱’으로 분류하고 있다.
왜 ‘셀프 감금’인가… 공포로 고립시키는 사기 수법

이 수법은 단순한 금전 갈취를 넘어, 피해자를 고립시켜 외부와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범행을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범죄자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혐의가 있으니 혼자 있는 곳으로 이동하라”며 피해자를 숙박업소 등 외딴 곳으로 유도한다.
이후 악성 앱을 설치하거나 원격 조작으로 휴대전화를 통제해 금융 정보 유출, 대출 실행 등 금전 피해를 유도한다.
B씨 역시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돼 직접 신고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범죄자는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 피해자는 실제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경찰 설득에도 쉽게 납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젊은이들도 당한다”… 전 세대 불안

20대 공무원까지 보이스피싱 타깃이 되면서 5060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군포경찰서는 최근 비슷한 수법이 자주 발생하자, 지역 내 숙박업소에 주의 문구가 적힌 안내문과 경찰 직통번호를 배포하는 등 사전 대응을 강화했다.
업주 A씨에게는 범죄 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이 전달됐다.
김평일 군포경찰서장은 “검거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시민과 협력해 유사 범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예방은 빠른 판단과 신고뿐

보이스피싱 조직은 최근 피해자가 스스로 고립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다. 숙박업소에서 혼자 투숙하고 외부 연락이 끊긴 사람을 발견했다면 지체 없이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절대 전화로 숙박업소 이동, 앱 설치, 금융정보 제공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같은 요구가 있다면 보이스피싱으로 판단하고 즉시 통화를 종료한 뒤 112 또는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거나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 직접 확인하고 필요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