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어획량 뚝, 물회 가격 껑충
지역 수산업·음식 문화까지 흔들린다

올여름 강원 동해안을 찾은 피서객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감소해 물회 한 그릇 가격이 치솟으며 상식 밖 가격표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한때 풍어로 기대를 모았던 오징어가 갑작스레 자취를 감추며, 횟집 가격이 ‘시세가’로 전환되었고, 관광객들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기준 오징어 어획량은 전주 127톤의 23% 수준인 29톤에 불과했다. 이는 전전주 324톤에서 1/10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강릉과 동해, 속초 등 주요 관광도시에서 잡힌 오징어 양은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남획… 사라지는 ‘금징어’

오징어가 이처럼 사라진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 온도 상승과 남획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동해를 비롯한 국내 근해의 수온이 오징어가 서식하기 좋은 15~23도를 훌쩍 넘기면서, 이에 따라 오징어는 북한이나 러시아 인근 해역으로 북상하거나 어장이 흩어져 국내 어획이 어려워졌다.
남획 역시 심각해져, 치어를 포함한 무분별한 어획이 이어지면서 자원 자체가 줄고 어군 회복도 요원해졌다. 특히 중국 어선과의 경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일시적으로 어획량이 증가했던 적도 있지만, 이는 기상이변과 어군 밀집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2020년 8천톤이 넘던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24년에는 800톤대까지 급감했다. 당장 어민들 사이에서는 “기록적인 흉어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피서지 횟집 “오늘은 얼마냐”

수급 불안정은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주 강릉 등지에서 활오징어 20마리 한 두름의 최고 가격은 29만 1천 원까지 치솟으며, 전주보다 8만 원 이상 비싸졌다.
횟집 메뉴판은 이제 고정 가격이 아닌 ‘시세가’로 바뀌었고, 오징어 물회는 2만 5천 원에서 3만 2천 원 사이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 피서객은 “오징어가 많이 잡혔다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막상 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 회덮밥으로 대신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바닷가에서 먹는 오징어 물회가 ‘프리미엄 메뉴’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로 오징어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정은 식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징어를 주재료로 한 가공식품은 가격 인상 혹은 대체 원료 사용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오징어순대나 채 같은 전통 서민 음식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회복? “쉽지 않다”는 전망

정부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와 스마트 어업 기술을 도입해 자원 회복을 도모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근본 대응하지 않으면 지금의 상태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미래 시나리오 보고서를 통해 기본, 낙관, 비관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점진적 회복’ 외에 뚜렷한 반등 기미는 없는 상황이다.
급속한 회복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친 정책적 개입과 기술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올여름 물회 한 그릇의 가격은 기후, 해양환경, 어업 구조 등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진 결과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그릇에 29만원이 아니구만 🐕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