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2월 공개한 신형 하이브리드 SUV 필랑트의 가격 전략이 소비자 선택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필랑트의 개별소비세 인하(3.5%)와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한 최종 가격은 테크노 4,331만원, 아이코닉 4,696만원, 에스프리 알핀 4,970만원, 한정판 1955가 5,218만원이다.
그러나 최저가 트림인 테크노는 3분기에나 인도가 가능한 반면, 365만원 비싼 아이코닉 이상 트림은 즉시 출고된다. 이는 초기 물량을 고마진 트림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도 시기로 유도하는 트림 선택 구조
필랑트의 가격 전략은 단순 금액 차이를 넘어 인도 시기 차별화로 구매 결정을 강제하는 구조다. 테크노는 31개 주행 보조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기본 ADAS 장비를 탑재해 기본기는 충실하다.
하지만, 출고 시기가 늦어져 6월까지 연장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전 차량이 필요한 구매자는 아이코닉 이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아이코닉은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 파노라믹 루프, 20인치 투톤 휠, 이중접합 차음 글래스가 기본 포함되며, 테크노에 이들 옵션을 추가하면 실질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상위 트림으로 갈수록 옵션 효율은 더 높아진다. 에스프리 알핀(4,970만원)은 아이코닉 대비 274만원 추가로 전용 시트·휠·일루미네이션 그릴, 노이즈 캔슬레이션, 전동식 테일게이트 등 풀옵션 구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한정판 1955는 전용 킥 커버와 방향제 패키지로 희소성을 강조한다. 그랑콜레오스에서 아이코닉이 최고 판매 비중을 차지했던 전례를 볼 때, 필랑트 역시 아이코닉 중심 판매 재편이 예상된다.
그랑콜레오스 성공의 연장선, 그러나 새로운 과제
필랑트는 그랑콜레오스가 구축한 성공 토대 위에서 출발한다. 그랑콜레오스는 2025년 4만 877대 판매로 르노코리아 전체 판매량 5만 2,271대(전년 대비 31.3% 증가)의 핵심 동력이었으며, 누적 판매 6만 2,911대를 기록했다.
필랑트는 동일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면서도 전장을 늘려 적재 공간과 뒷좌석 무릎 공간(320mm)을 강화해 준대형 SUV 세그먼트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새로운 과제도 존재한다. 2026년 1월 르노코리아 판매량은 내수 2,239대, 수출 1,493대로 총 3,732대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감소했다.
단일 모델 의존 리스크가 현실화될 조짐으로 필랑트가 그랑콜레오스의 공백을 메우고 글로벌 수출까지 견인할 수 있을지는 향후 3~6개월 실적이 판가름할 전망이다.
준대형 하이브리드 시장의 새로운 변수
한편 필랑트는 독일 프리미엄 3사 대비 200만~300만원 낮은 가격대로 준대형 하이브리드 SUV 시장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이는 르노 그룹이 2027년까지 추진 중인 ‘인터내셔널 플랜’의 핵심 모델로, 중남미·북아프리카·한국 등 5개 거점에서 8종 신차를 출시하는 광역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로렌스 반덴아커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회장과 파브리스 캄볼리브 CEO가 직접 공개한 플래그십 차량이라는 점에서 르노 그룹의 기대치를 가늠할 수 있다.
다만 테크노 트림의 긴 대기 기간은 고객층 이탈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판매 비중은 아이코닉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르노코리아가 의도한 수익성 극대화 전략과 맞물린다.
3월 공식 출고를 시작으로 필랑트가 그랑콜레오스의 성공을 재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르노 그룹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이끌 차세대 전략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