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초비상! “BMW·벤츠보다 비싸진다”…한국차 가격 경쟁력 위기에 ‘대혼돈’

유럽 車 관세도 15% 적용
한국 車만 25% 관세 지속
제네시스 가격 역전 위기

한국산 자동차에만 여전히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유럽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 조치는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됐고, 일본산 자동차도 지난 16일부터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있다.

제네시스, BMW·벤츠보다 비싸질 판

하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무역 협상이 지연되면서 여전히 높은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 EU와 일본 차량이 한발 앞서 ‘관세 인하’ 혜택을 받는 사이, 한국차는 가격 면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21일 미국과 EU의 공동성명을 통해 관세 인하 방침을 공식화했으며, 미국 상무부도 “이번 조치는 양국 간의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 구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이 흐름에서 소외돼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무역 협상 교착의 직격탄을 맞은 브랜드는 단연 제네시스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전체 판매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지만, 이 시장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제네시스의 인기 SUV ‘GV80’은 울산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관세 25%가 그대로 적용되면, GV80의 가격은 BMW X5나 벤츠 GLE보다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현재 GV80의 미국 내 판매가는 5만7700달러(한화 약 8140만원)로, BMW X5(6만7600달러), 벤츠 GLE(6만2250달러)보다 약 1만 달러 저렴하다. 하지만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25%의 관세가 붙으면 가격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BMW와 벤츠는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다. 때문에 수입차임에도 관세 부담에서 자유롭고, 제네시스와 같은 세그먼트에서 가격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가격 메리트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수입차와 정면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지 생산 확대…현대차의 ‘반격 카드’

한편 현대차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미국 내 제네시스 생산 차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는 GV70만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모델도 현지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키우려면, 현지 생산 확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SUV ‘GV90’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 인센티브 확보와 동시에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생산지 변경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고 시간이 지체될수록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며 “그 사이 한국산 자동차는 관세 장벽 속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