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략 대폭 수정하는 벤틀리”…이유가 아우디와 포르쉐 때문에?

벤틀리, 전기차 올인 전략 수정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
고급 전기차 수요 감소 판단

영국 초호화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가 야심차게 발표했던 전동화 전략을 전격 수정했다.

2030년까지 판매 라인업을 모두 순수전기차로 구성하겠다던 계획을 2035년으로 5년 연장한 것이다.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CEO는 최근 이런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같은 폭스바겐 그룹 소속인 아우디와 포르쉐를 지목했다.

포르쉐의 4조5000억원 내연기관 투자가 결정적

벤틀리는 지난해 11월 공개한 ‘비욘드 100+’ 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완전한 전동화를 달성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발리저 CEO는 “향후 100년을 위한 이정표가 될 전략”이라며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고급차 시장의 수요 변화, 그리고 그룹 내 브랜드들의 전략 수정은 벤틀리에도 현실적인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의 완전 전동화보다, 고객 수요에 맞춘 유연한 전환이 더 중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벤틀리의 전략 수정은 포르쉐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포르쉐는 최근 내연기관 모델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31억 유로, 한화 약 4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차세대 718 박스터와 케이맨, 그리고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더 이상 순수 전기차로만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전동화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발리저 CEO는 포르쉐와 아우디가 베스트셀러 모델에 내연기관 기술을 계속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벤틀리 역시 원래 예상보다 향후 10년간 가솔린 엔진 모델의 비중을 더 늘릴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세 브랜드가 플랫폼, 파워트레인, 부품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런 결정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된다. 차세대 벤테이가, 컨티넨탈 GT, 플라잉 스퍼의 가솔린 엔진 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솔린 모델, 다시 주력으로 부상

한편 벤틀리는 이번 전략 조정을 통해 자사의 대표 모델인 벤테이가, 컨티넨탈 GT, 플라잉 스퍼 등에서 가솔린 엔진 버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북미와 중동 시장 고객들이 전기차보다 전통적인 고성능 가솔린 차량에 여전히 높은 선호를 보이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업계는 “초고가 전기차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며 “벤틀리의 판단은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벤틀리 CEO 발리저는 “지금의 시장은 순수 전기차 전략을 밀어붙이기엔 수요가 부족하다”며 “럭셔리 고객들은 아직 변화에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벤틀리가 전기차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는 여전히 전동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26년부터 매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또는 순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동화의 시작점은 새로운 전기 SUV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초반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심의 모델 라인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