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할인공세에도 냉담
국산차 값만 더 비싸
수요 가르는 체감 부담
국산차 업체들이 ‘연말 특가’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 반응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
무이자·저금리 할부, 수백만 원 할인 문구는 거창하지만,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체감 가격은 여전히 높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에 연말 프로모션이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릴 ‘마지막 한 방’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숫자는 늘었는데, 온도는 차가워
올해 1~11월 국내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다. 겉으로만 보면 회복세지만, 흐름을 잘라 보면 분위기가 다르다.
3분기까지 이어지던 반등세가 10·11월 들어 다시 꺾였고, 국산차 증가율은 한 자릿수 초반에 그친 반면 수입차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온도 차를 드러냈다.
이에 국산 브랜드는 할인·금융 조건을 앞세워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전처럼 크게 끌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할인해도 비싸다’는 말 나오는 이유
표면적으로는 혜택이 적지 않다. 인기 SUV에는 수백만 원 현금 지원이 붙고, 주요 세단에는 무이자나 저금리 할부가 따라붙는다. 문제는 출고가 자체가 이미 한 차례씩 올라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몇 년 사이 연식 변경을 거치며 각종 옵션이 ‘기본 사양’으로 묶이면서 가격표가 두꺼워졌고, 그 위에 할인이 적용되는 구조가 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예전보다 많이 깎아준다는데도, 최종 금액은 더 비싸졌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금리 환경도 부담이다. 무이자·저금리 상품은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고, 일반 할부·리스는 월 납입금이 크게 늘어 총비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할인분 상당수가 금융비용과 이자에 녹아들며 ‘득 본 느낌’이 희미해지는 셈이다.
국산차에서 눈 돌리는 소비자들
한편 이 틈을 파고든 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전기차와 이른바 ‘가성비 수입차’들이다. 국산차 가격이 한 단계 위로 올라선 사이, “이 돈이면 차라리 조금 보태서 수입차를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산차 메이저 브랜드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중견 업체와 고가 차종은 수요 위축이 숫자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연말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도 내수 회복이 더딘 이유다.
결국 관건은 ‘실제 내가 내야 하는 돈’이다. 할인 폭이 얼마나 크냐보다, 옵션·금융 조건까지 모두 넣고 난 뒤의 최종 가격이 소비자 심리를 좌우하고 있다.
연말 프로모션이 단기 판매는 끌어올릴지 몰라도, 국산차에 대한 체감 가치를 되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