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방부가 중국산 전기차의 군사 기지 및 전략 시설 출입을 전면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체자리 톰치크 국방부 차관은 폴스키에 라디오 24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라, 센서, 통신 장비가 탑재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규제 지침을 작성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단순한 주차만으로도 군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12월 폴란드 동부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였다. 연구원 파울리나 우즈난스카는 중국산 스마트카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규정하며, 고해상도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가 수집한 3D 공간 정보가 군사 시설 배치와 작전 준비 징후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폴란드 내 중국 자동차 점유율은 현재 8.2%지만 향후 15%까지 급증할 전망이어서, 안보 당국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유사한 이유로 중국산 차량 접근을 이미 제한한 데 이어, 폴란드가 NATO 회원국 중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동유럽 안보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기술 기반 정보 수집 위협에 대한 경계심이 유럽 어느 지역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바퀴 달린 스파이, 중국산 스마트카의 정보 수집 능력
중국산 커넥티드카가 탑재한 센서 시스템은 사실상 이동형 정찰 장비 수준이다. 라이다, 레이더, 고해상도 카메라가 주변 환경을 3D로 매핑하며, 군사 시설 위치, 출입 패턴, 인프라 상태, 운전자 행동, 교통 패턴까지 실시간 수집한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상시 네트워크에 연결된 클라우드로 즉시 전송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특히 OTA(무선 업데이트) 기능에 주목한다. 제조사가 원격으로 차량 기능을 추가하거나 변조할 수 있어, 정상적인 업데이트로 위장한 정보 수집 기능 강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군사 기지 인근에 다수 스마트카가 반복 주차할 경우, 축적된 데이터로 군 시설의 3D 정밀 모형과 작전 패턴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폴란드 연구진의 결론이다.
폴란드 국방부는 BYD, MG, 니오, 샤오펑, Aiways를 1차 규제 대상으로 거론했으며, 향후 중국산 소프트웨어나 센서가 탑재된 비중국 브랜드 차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군사 기지 내부는 물론 인접 주차 구역까지 제한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미 막고 있다, 역차별적 규제 체계
흥미롭게도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외국산 스마트카에 대해 이미 엄격한 데이터 보안 규제와 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외국 브랜드 차량은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해외로 전송하기 전에 반드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부 민감 지역에서는 아예 운행이 제한된다. 반면 유럽은 아직 동등한 수준의 규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유럽 싱크탱크 ECFR은 중국산 차량의 보안 위험이 5G 네트워크 이슈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데이터 규제 체계와 기업 국가 통제 구조를 고려하면, 중국산 차량이 수집한 데이터에 중국 정보기관이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중국의 데이터 규제 체계상 정보기관의 데이터 접근 가능성이 제기된다.
폴란드의 조치는 이러한 국제적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톰치크 차관은 “이는 무역 규제가 아닌 순수한 군사 보안 조치”라며 “민간 시장 판매나 일반 도로 운행 제한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보라는 명분 아래 중국 기술에 대한 사실상의 차단벽이 구축되는 셈이다.
유럽 전역 확산 가능성과 산업 균형점
폴란드의 선제 조치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럽의회에서 이미 중국산 스마트카의 첩보 위험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리투아니아, 체코, 에스토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 유사 정책 검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 분석가들은 군사 기지에서 시작된 제한이 공항, 항만, 정부 청사 같은 핵심 인프라로 단계적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법적 쟁점도 만만치 않다. EU 단일시장 원칙과 경쟁법상 특정 국가 제품의 일방적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안보와 산업 경쟁 사이에서 유럽이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아직 공식 반박 성명을 내지 않았지만, 향후 법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폴란드 군 총참모부는 조만간 공식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번 조치가 실제 시행되면 NATO 회원국 중 최초의 포괄적 중국산 차량 규제 사례가 되며, 유럽 안보 정책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