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이다”, “표절 작곡가다”. 온라인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퍼진 허위 사실들이 법정에서 값비싼 대가로 돌아오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지난해 총 96명을 상대로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11일 공개되며, 연예인 악플 대응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가 법무법인(유한) 신원을 통해 밝힌 법적 대응 현황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다. 96명이라는 규모 자체가 온라인 명예훼손의 심각성을 보여주지만, 더 주목할 점은 판결의 구체성이다.
명예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성희롱 등 다양한 혐의로 진행된 소송에서 벌금형 7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3건, 징역형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1건 등 실질적 처벌이 이뤄졌다.
5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루머의 실제 비용
구체적 판결 사례는 온라인 발언의 무게를 숫자로 보여준다. 2023년 ‘간첩설’을 유포한 게시자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부과됐고 미국 플랫폼 X에서 허위 표절 의혹을 퍼뜨린 사용자는 민사소송에서 3,000만원 전액 배상 판결을 받았다.
특히 중대 범죄 연루설과 허위 루머를 반복 유포한 네이버 게시자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까지 명령됐다.
아이유 측의 대응 전략은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한 번 고소된 후에도 악성 게시물을 계속 작성한 이들에게는 약식명령이 아닌 정식 재판(구공판) 절차가 진행됐다.
네이버, 네이트판, 유튜브는 물론 해외 플랫폼 스레드 사용자까지 민사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며, 국경을 넘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고 있다. 미국 법원에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진행 중인 사실은 디지털 공간의 익명성이 더 이상 면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온라인에서 현실로, 신변 위협이라는 새로운 위험
더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 악플이 현실 세계의 물리적 위협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아이유의 자택과 가족 거주지, 회사 인근을 찾아와 신변을 위협하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 입건되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어떠한 선처 없이 강경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한 명예훼손을 넘어 스토킹, 협박, 공갈 등 형법상 중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들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시작된 악의가 현실 세계의 범죄로 연결되는 위험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책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준
한편 96명 고소라는 대규모 법적 대응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의 명예와 안전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가이다.
벌금형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함께 내려진 사례는 법원이 온라인 성희롱을 단순한 표현 문제가 아닌 성범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며 징역형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명령은 반복적 명예훼손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범죄임을 확인시킨다.
특히 아이유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유명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 무책임한 발언과 허위 정보 유포가 실제 법적·경제적 대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적 학습 과정이다.
따라서 96명에 대한 소송 결과는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칠 선례가 될 것이며 키보드 뒤에 숨은 익명성이 더 이상 안전망이 아닌, 표현의 자유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