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레인지로버?”…혹시나 했더니 중국차,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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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레인지로버, (하)GX (출처-랜드로버, 샤오펑)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플래그십 SUV ‘GX’가 공개 전부터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듯한 외관 디자인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파워트레인 기술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디자인 카피’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가격이다. 레인지로버 감성을 흉내 내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가성비 공세’가 가격에 민감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오는 4월 베이징 모터쇼에서 정식 데뷔를 앞둔 GX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틀린 그림 찾기 수준”…레인지로버와의 유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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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X (출처-샤오펑)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샤오펑 GX의 측면 실루엣은 현행 레인지로버(L460 코드)와 판박이 수준이다. 직선으로 뻗은 벨트라인, 검은색 처리로 지붕이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 매끄러운 차체 표면까지 레인지로버의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차용했다.

전면부 헤드램프 디자인 역시 레인지로버를 살짝 변형한 수준이라, 일부 외신은 “레인지로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줄 알았다”며 비꼬기도 했다.

차별화 요소는 후면부에 있다. GX는 일자형 테일램프를 적용해 수직형 램프를 사용하는 레인지로버와 구분했고, 측면 도어의 굴곡선에는 마쯔다(Mazda)의 디자인 철학을 일부 차용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율과 분위기가 레인지로버를 모방했다는 의심을 지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브랜드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2억 vs 7천만 원…압도적 가격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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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X (출처-샤오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격 차이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샤오펑 GX의 시작 가격은 약 40만 위안(한화 약 7,7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중국 내 시작 가격은 무려 141만 2,000위안(약 2억 7,000만 원)에 달한다.

디자인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가격은 레인지로버의 약 28%에 불과한 셈이다. 2억 원 가까운 가격 차이는 브랜드 프리미엄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스펙도 만만치 않다. GX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배터리와 발전용 엔진을 조합해 최대 1,6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부산을 2회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순수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 인프라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전기 모터의 정숙성과 즉각적인 토크를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돋보인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시장 진출?…”짝퉁 꼬리표는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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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X (출처-샤오펑)

만약 샤오펑 GX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체급상 제네시스 GV80이나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브랜드 가치와 하차감을 중시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품질 불신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성비가 뛰어나도 ‘레인지로버 짝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7천만 원대 중국차를 선뜻 구매할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니어 구매층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이들은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넘어 사회적 지위와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1,600km 주행거리 같은 압도적 스펙도 중요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디자인 오리지널리티와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더 큰 구매 동기로 작용한다. 중국 업체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다.

샤오펑 GX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파워트레인 기술에서는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지만, 독자적 디자인 철학을 구축하는 데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겉모습만 베낀 ‘카피캣’ 전략으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성숙한 시장을 공략하기는 어렵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프리미엄 세그먼트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교훈을 샤오펑이 깨닫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