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신만 있으면 남들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방송인 이지혜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서 영어유치원(영유)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건넨 한 마디가 온라인 맘카페를 뜨겁게 달궜다.
문제는 이 조언을 한 당사자가 두 딸을 모두 영어유치원에 보냈고, 현재 첫째 딸은 연간 학비 1,200만원에 달하는 서울 사립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점이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의 ‘소신 있는 조언’이 오히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 사회의 교육 계층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경험했기에 하는 조언인가, 특권의 위선인가
이지혜는 2017년 세무사 문재완 씨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첫째 딸은 생후 18개월부터 영어유치원에 입학했고, 둘째 딸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셋째 자녀에 대해서는 과거 유튜브 채널에서 “셋까지 보내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너무 비싸다”며 경제적 부담을 솔직히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셋째는 영어유치원에 진학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비판 측은 “본인은 이미 두 명을 보내놓고 할 수 있는 말”이라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의 현실 동떨어진 조언”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옹호 측은 “직접 경험했기에 불필요함을 알고 하는 조언”이며 “결국 선택은 각 가정의 몫”이라고 반박한다. 표면적으로는 교육관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한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이미 나뉜 ‘영어 계급’
이지혜는 과거 유튜브에서 더욱 솔직한 고백을 한 바 있다. “이미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잘하는 반, 못하는 반이 나뉜다. 엄마들이 아이를 초급반에 보내기 싫기 때문에 영어유치원을 계속 보낸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 가정의 ‘소신’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다.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결정이 단순히 교육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가 초등학교에서 마주할 계층화된 교육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직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영어유치원은 단순한 조기교육 기관을 넘어 사회경제적 지위의 표식이 되어왔다. 연간 수백만원에서 천만원을 넘는 비용은 접근 가능한 계층을 명확히 구분한다.
이지혜의 사례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세 명까지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경제적 한계선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한계선 자체가 이미 상당한 경제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학부모와의 간극을 드러낸다.
소신과 시스템 사이, 부모들의 진짜 고민
한편 이번 논쟁이 단순한 연예인 발언 시비를 넘어 확산된 이유는 한국 부모들이 마주한 구조적 딜레마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소신 있게 선택하라’는 조언은 이상적이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이미 형성된 영어 수준별 분반, 사교육 경쟁, 또래 집단 내 위화감이라는 현실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특히 연 1,200만원 사립초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이의 조언은, 그렇지 못한 다수에게 설득력을 잃는다. 결국 이 논쟁은 개인의 교육관 문제를 넘어 한국 교육 시스템의 계층화와 영어교육의 과열 경쟁이라는 사회 구조적 과제를 제기한다.
‘소신’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플루언서의 한 마디가 아니라, 공교육 내 영어교육 격차를 줄이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시스템 개선일지 모른다. 이지혜의 발언이 던진 파장은, 우리 사회가 교육 앞에서 얼마나 불평등한 출발선에 서 있는지를 다시금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