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안 먹고 물만 3리터씩 마시며 촬영했다.” 배우 박민영이 23일 tvN 신작 ‘세이렌’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다이어트 방식이다.
3월 2일 첫 방송을 앞둔 이 드라마에서 박민영은 연쇄살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경매사 역을 맡았다. 극중 캐릭터가 “슬픈 비극 속에서 밥도 안 먹고 물과 술만 마신다”는 설정 때문에 실제로 단식에 가까운 다이어트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2024년 ‘내 남자친구를 부탁해’에서 암 투병 캐릭터를 위해 37kg까지 감량한 지 불과 2년 만의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박민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연기계에서 극단적 체중 변화는 ‘프로 정신’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배우들은 역할을 위해 단기간에 수십 킬로그램을 감량하거나 증량하며, 이는 종종 ‘명연기’의 전제 조건처럼 여겨진다. 박민영은 “나 자신을 어둡게 둔 게 캐릭터에 잘 맞는 것 같았다”며 심리적 변화까지 동반했음을 시사했다.
반복되는 극단적 체중 관리의 실상
박민영의 이번 다이어트는 특히 우려스럽다. 2024년 ‘내 남자친구를 부탁해’에서 이미 37kg이라는 위험 수준까지 감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소식을 하고 촬영할 때는 이온 음료로만 버텼다”며 제작진이 배려 차원에서 해당 장면을 먼저 촬영한 뒤 2주간 5kg를 찌우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적인 체중 기준과 비교하면, 37kg은 심각한 저체중 상태이며 일반적으로 급격한 체중 변화는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세이렌’에서 박민영이 맡은 캐릭터는 공황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박민영은 “살이 찌면 안 될 것 같더라”며 물 3리터 단식을 선택했다고 했지만, 정작 공황장애 환자에게 영양 결핍과 탈수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건강을 해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12부작 촬영 기간 동안 이러한 식단을 유지했다면, 그 신체적 부담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술과 건강 사이, 균형점은 어디인가
배우들의 극단적 변신은 종종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김철규 감독은 ‘세이렌’을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되지만 너무나 매혹적인 한설아”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 스릴러라 정의했다.
박민영은 로맨틱 코미디 이미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하며 “치명적인 역할”을 위해 몸과 마음을 변화시켰다. 위하준은 “눈을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간다”며 박민영의 연기 변화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몰입 연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제작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여전히 배우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는 구조가 남아있다. 박민영이 “지금은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고 말한 것은, 촬영 종료 후에야 정상 식사를 재개했음을 의미한다.
업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한편 tvN과의 지속적 협업으로 ‘tvN의 딸’로 불리는 박민영의 이번 선택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케이프E&A가 제작한 ‘세이렌’은 3월 2일 오후 8시 50분 첫 방송되며, 박민영의 변신이 시청률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배우의 건강을 담보로 한 제작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중견 배우인 박민영이 2년 사이 두 번의 극단적 다이어트를 반복한 것은, 여성 배우들이 느끼는 ‘외모 압박’을 방증한다.
배우 건강을 보호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예술적 완성도와 배우의 안전은 양립 가능해야 한다. 박민영의 열정적 연기가 작품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강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업계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