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부터 인지저하 신호
상황인식 정확도 격차
검사 전진·조건부 면허
운전면허를 ‘반납’시키는 방식만으로는 고령 운전 위험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6~9월 65세 이상 61명과 64세 이하 26명 등 총 87명을 대상으로 운전인지기능을 비교한 결과, ‘70세’가 뚜렷한 분기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65~69세는 비고령층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70세부터 주의력·기억력·시각탐색·상황지각 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떨어졌다.
‘70세’로 갈리는 인지능력 분기점
검사는 자극반응, 시각탐색, 위험지각, 상황인식 등 실제 운전에 직결되는 항목에 초점을 맞췄다. 고령층 전체 평균은 비고령층보다 낮았고, 특히 상황인식 정확도에서 격차가 컸다.
비고령층이 77.3%를 기록한 반면 고령층은 55.7%에 머물러, 같은 장면을 보고도 위험을 ‘제때’ 분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저하 폭이 더 커져, 연령이 올라갈수록 위험 요인이 누적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대목은 ‘고령자=일괄 저하’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고령층 안에서도 비고령자 수준을 유지한 참가자가 있는 반면, 일부는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운전 경험이 길어도 인지 기능은 개인별 건강 상태, 약물 복용, 수면, 시력·청력, 우울·불안 같은 컨디션에 따라 출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단순 연령 기준의 면허 반납 논쟁은 실제 위험을 정확히 겨냥하지 못할 수 있다.
제도 개선 방향
연구진은 현재 75세부터 적용되는 갱신 주기 단축과 인지선별검사 의무화를 70세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언했다. 시력 중심 적성검사만으로는 위험을 걸러내기 어렵고, 인지 기반 평가를 함께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조건부 면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생활권 내 운전만 허용하거나, 자극반응이 낮은 경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조건으로 면허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고령 운전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번진 배경도 분명하다. 지난해 교통사고 가운데 가해 운전자가 65세 이상인 비율은 2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반납’과 ‘방치’ 사이의 회색지대를 줄이려면 정기 검사에 더해 교육·훈련을 함께 결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야간·우천·고속도로 등 고위험 상황을 피하는 운전 계획, ADAS 작동 점검, 가족 동승 평가 같은 생활형 관리가 함께 가동될 때 정책의 체감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면허를 빼앗는 논쟁보다, 70세부터 정밀 평가와 맞춤형 제한을 결합한 관리 체계로 옮겨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