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26년 첫 달부터 ‘안과 밖’이 엇갈리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2일 발표된 1월 글로벌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 세계 시장에서 총 30만7,699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1.0% 감소했다. 국내 판매는 5만208대로 9.0% 증가한 반면, 해외 판매는 25만7,491대로 2.8% 줄어들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국내 시장의 견조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체가 역성장한 것은, 2025년 4월부터 본격화된 미국 관세의 후폭풍이 여전히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관세로 부담한 비용만 7조 2,000억 원에 달했고, 이는 4분기 영업이익 39.9% 급락이라는 가시적 타격으로 나타났다. 신년 첫 달 실적은 이러한 구조적 압박이 올해도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국내 시장, RV와 럭셔리 양날개로 9% 상승
국내 판매 호조의 주역은 단연 RV 세그먼트였다. 투싼(4,269대), 팰리세이드(4,994대), 싼타페(3,379대), 코나(3,163대) 등 RV 라인업이 총 1만8,447대 판매되며 내수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팰리세이드(4,994대)가 프리미엄 3열 SUV 수요를 흡수했고, 싼타페(3,379대) 역시 하이브리드 트림 중심으로 견조한 판매세를 이어갔다.
세단 부문에서도 그랜저(5,016대), 쏘나타(5,143대), 아반떼(5,244대) 등 총 1만5,648대가 팔리며 ‘세단 왕국’ 현대차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이다. GV80(2,386대), GV70(2,702대), G80(2,993대) 등 총 8,671대를 기록하며, 국내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에 맞서는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상용 차량 역시 포터(3,320대), 스타리아(2,328대) 등 총 7,417대가 판매되며 상용 시장 점유율 방어에 성공했다.
해외 시장 2.8% 감소, 관세 여파 장기화
반면 해외 판매는 글로벌 수요 변동성과 지역별 시장 환경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2.8% 역성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변동성과 지역별 시장 환경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미국 관세 부담이 핵심 변수다.
2025년 영업이익이 11조 4,6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한 것도 관세 비용 4조 1,100억 원(현대차 단독 기준)이 직격탄이 됐기 때문이다.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는 관세 부과 이후 가격 경쟁력 약화로 소비자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며 글로벌 수요 변동성과 지역별 시장 환경의 차이가 해외 판매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적 목표치 속 ‘선택과 집중’ 전략 불가피
이번 1월 실적은 현대차의 2026년 경영 전략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도매 판매 목표를 415만8,300대로 설정하고, 매출액 성장률 목표를 1.0~2.0%, 영업이익률 목표를 6.3~7.3%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3년간 5% 이상 성장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다. 경영진이 “올해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만큼, 수익성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현대차는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출시 예정인 신차들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업화 등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모색 중이나, 단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