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2026년 2월 납기표가 세그먼트별 극심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23개월, 캐스퍼 크로스 트림은 21개월의 대기 기간이 소요되며, 가솔린 터보 모델도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쏘나타와 아이오닉 6 등 세단 라인업은 즉시 출고가 가능해 같은 제조사 제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급 격차를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수요 집중 현상을 넘어 현대차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과 생산 우선순위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2026년 1월 국내 5만 208대, 해외 25만 7,491대 등 전 세계에서 총 30만 7,699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은 최장 2년 가까이 신차를 기다려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세그먼트별 출고 격차, 소형 SUV만 ‘장기 대기’
현대차의 2월 납기표를 세그먼트별로 분석하면 뚜렷한 패턴이 드러난다. 준중형 이상 세단은 아반떼와 그랜저가 3주, 쏘나타는 택시 모델(1.5개월)을 제외하고 즉시 출고되며,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역시 즉시 출고 대상이다.
준중형 SUV 투싼(3주), 대형 SUV 아이오닉 9(3주),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3주) 등도 1개월 이내 납차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형 SUV 세그먼트만 유독 긴 대기 기간을 형성했다.
캐스퍼 계열이 17~23개월, 베뉴가 1.5개월을 기록하며 다른 세그먼트와 10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코나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가 1개월, 전기 모델은 즉시 출고되어 파워트레인별로도 수급 편차가 존재한다.
업계는 이를 팬데믹 이후 글로벌 수급 불균형의 연장선으로 보며, 경제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소형 SUV에 수요가 집중된 반면 생산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글로벌 판매 호조 vs 국내 납기 지연의 역설
현대차가 1월 글로벌 시장에서 30만 대 이상을 판매한 가운데 국내 특정 모델의 대기 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현상은 생산 전략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팰리세이드가 최근 ‘2026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하고 글로벌 연간 최다 판매를 기록한 점은, 현대차가 국제 경쟁력 있는 모델에 생산 자원을 집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캐스퍼처럼 국내 전략 차종임에도 장기 대기가 발생하는 것은 부품 수급이나 조립 라인 효율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즉시 출고 가능한 점과 대조되며, 차종별 수요 예측 실패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2026 EV 얼리버드 특별조건’을 통해 전기차에 100만 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수요 기저를 유지하려 하지만, 이는 대기 기간 자체를 단축하지는 못하고 있다.
친환경차 전략 분화…수소차 시장 회복세
친환경차 라인업에서는 전략 분화가 뚜렷하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는 즉시 출고되는 반면, 고성능 모델인 아이오닉 5 N(1.5개월)과 아이오닉 6 N(3주)은 일정 대기가 필요하다.
또한 수소전기차 넥쏘는 3개월 대기로, 2026년 수소차 시장이 신모델 효과와 충전소 461기 돌파로 반등에 성공한 맥락과 맞아떨어진다.
한편 현대차의 세그먼트별 출고 격차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소형 SUV 수요가 구조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생산 능력 확충 없이는 해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즉시 출고 가능한 세단이나 전기차 라인업을 대안으로 검토하거나, 장기 대기를 감수하고 선호 모델을 주문하는 양자택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