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지난 2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팔린 차량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10일 발표한 ‘2월 중고차 평균 판매기간’ 분석에 따르면, 넥쏘의 평균 판매기간은 16.9일로 주요 차종 중 최단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30대 첫 차 수요가 집중되는 경차 ‘더 뉴 레이'(18.7일), 준중형 세단 ‘더 뉴 K3′(18.2일)보다 빠른 수치다.
신차 대비 78% 급락…극단적 감가율의 배경
이 같은 현상은 수소차의 일반적 특성과 배치된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 탓에 수소차는 통상 중고 거래가 더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극단적 가격 하락이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신차 출고가 7000만 원 이상, 보조금 수령 후에도 4000만 원 수준인 고가 친환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가성비 SUV’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넥쏘의 가격 급락 폭은 충격적이다. 풀옵션 신차급 차량도 중고 시장에서 최저 15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신차 출고가 기준으로 최대 5500만 원, 약 78%의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일반 내연기관차가 신차 구매 후 매년 10~15%씩 시세가 낮아지는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감가 추세다.
업계는 이를 수소차 특유의 시장 한계와 연결 짓는다.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수소 저장탱크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잔존가치 하락을 부채질한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넥쏘는 현대차 기술력의 상징으로 불리는 모델”이라며 “그러나 중고 시장에선 단순 가성비 SUV로 소비되는 아이러니”라고 평가했다.
2월 수요 집중 시기와 맞물린 ‘이례적 회전율’
넥쏘의 빠른 판매에는 시즈널 요인도 작용했다. 2월은 3월 신학기와 봄 시즌을 앞두고 중고차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다. 이 타이밍에 가격이 대폭 하락한 넥쏘가 ‘준대형 SUV급 공간을 갖춘 저렴한 차량’으로 부각되며 수요를 끌어모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2월 중고차 판매 순위에서 그랜저GN7(18.0일), LF 쏘나타(22.1일) 등 인기 세단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팰리세이드(29.7일), 더 뉴 카니발(32.1일) 등 대형 패밀리카는 판매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가격대가 높고 유지비 부담이 큰 차량은 신중한 구매 패턴을 보인 반면, 넥쏘는 ‘일단 저렴하게 대형 SUV를 경험한다’는 심리가 작동했다는 해석이다.
친환경차 잔존가치 논란…제조사 과제로
한편 넥쏘 사례는 친환경차의 잔존가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친환경차의 급격한 중고 시세 하락이 시장 확대의 구조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차 구매자 입장에서는 향후 재판매 시 손실 폭이 크다는 점이 구매 결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조사 차원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술력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는 교훈을 넥쏘가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