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퇴직연금 수익률 20% 돌파
대기업 직장인 “우리 건 왜 이래”
제도 격차에 불만 목소리 커져

중소기업 전용 퇴직연금 ‘푸른씨앗’이 3년 만에 누적 수익률 20%를 돌파했다. 반면, 직장인 다수가 가입한 기존 퇴직연금은 평균 수익률이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퇴직 후 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사업장 규모에 따라 혜택 격차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의 실질적 기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 수익률로 증명된 ‘성공 모델’

근로복지공단은 21일,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푸른씨앗’이 도입 3년 만에 누적 수익률 20.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푸른씨앗은 2022년 9월에 시작된 제도로, 가입자가 아닌 공단이 사용자 납입금을 공동기금으로 조성해 전문가가 운용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수익률은 7.46%(연 환산 기준)였고, 작년에도 6.52%를 기록했다.
자산별 누적 수익률은 해외주식 46.17%, 국내주식 29.57%, 국내채권 15.91%, 해외채권 3.84%로 집계됐다. 현재 가입 사업장은 2만8261곳, 가입 근로자는 12만7984명이며, 기금 총액은 1조4000억 원에 육박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푸른씨앗 강화를 위해 올해 5월 퇴직연금국을 신설했다. 박종길 공단 이사장은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명하고 전문적인 운용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우린 왜 이래”… 퇴직연금 체제 불균형 논란

이와 달리 대다수 근로자들이 가입 중인 일반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크게 뒤처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431조7000억 원에 달했지만,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 16일 보고서를 통해 “낮은 수익률과 중도 인출 문제로 인해 퇴직연금이 노후 대비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확정기여형(DC) 제도로의 전환과 기금형 제도 확대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금형은 개인이 아닌 전문가가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고, 위험 관리도 체계적으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정부가 2022년 도입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88.1%의 가입자가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며, 수익률 상승 효과가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제도 격차가 연금 격차로… 개선 시급

수익률 외에도 퇴직연금의 또 다른 문제는 ‘중도 인출’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5만 명 이상이 퇴직연금을 중간에 인출했고, 그 규모는 1조7000억 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46.6%는 주택 구입을 위한 인출이었다.
특히 30~40대 가입자 사이에서 주거 비용 마련을 위해 연금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노후 자산 형성을 방해하고, 퇴직연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금 상품 자체의 매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가입자가 낸 금액 대비 받게 될 연금의 현재가치 비율(수익비)은 0.7 수준이며, 장수 효과를 감안해도 실질적인 혜택은 크지 않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서도 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22일 기금형 퇴직연금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30인 이하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던 기금형 제도를 전체 사업장으로 넓히고, 근로자가 계약형 또는 기금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안 의원은 “기금형 제도는 중소기업에서 이미 성과를 입증했다”며,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되면 더 많은 근로자가 실질적인 수익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이 노후 보장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제도 설계와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