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버티면 세금도 사라져
110조 체납액… 사실상 못 걷는다
국세청, 대대적 전수조사 착수

국세 체납 누적액이 11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중 상당수는 소재 파악이 어렵거나 납부 능력이 없어 사실상 걷을 수 없는 ‘정리보류’ 상태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체납 실태 전수조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응에 나섰다.
체납액 110조 돌파… 징수 실효성 논란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체납액은 110조 7000억 원이다. 2021년 99조 9000억 원, 2022년 102조 5000억 원에 이어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 출국금지 대상자의 체납액 6조 6506억 원 가운데 6조 3279억 원(95.1%)은 정리보류로 분류됐다. 이는 체납자의 소재 파악이 어렵거나 납부 능력이 없는 경우로, 실질적으로 징수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리보류로 분류된 이들은 폐업하거나 재산이 없는 체납자들이 대부분이며, 은닉 재산 추적 조사 등을 통해 정리보류 대상자도 계속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보류 체납액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지나면 법적으로 자동 소멸된다. 단, 압류나 추징 등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다.
실태조사 법적 근거 마련… 내년부터 전수조사

정부는 체납 문제 대응을 위해 ‘국세징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체납자 실태를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신설된다.
개정안에 따라 ‘실태 확인 종사자’는 체납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납부 의사·계획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전화나 방문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체납자는 이에 성실히 응답해야 한다.
국세청은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체납자 실태 전수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징세법무국 내 태스크포스를 꾸려 조사 인력과 예산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3일 취임사에서 “체납 문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체납자를 전면 재분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복지부처와 연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국내외 은닉 재산까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덧붙였다.
적자 재정에 체납까지… 국가 재정 부담 가중

체납 문제는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2023~2024년 동안 세수결손 규모는 87조 원에 달했으며, 재정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6개년 평균 재정적자는 104조 원을 넘겼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를 초과한 상태다.
체납액 관리와 징수 체계 개선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