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요금에 뿔난 관광객들
서울시, 100일 단속 돌입했다
QR로 신고받고 과태료까지 예고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자마자 관광지 바가지요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외국인 관광객의 피해 사례가 크게 늘면서 서울시가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시는 공항과 도심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100일간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QR 설문조사 방식의 실시간 신고 시스템도 도입했다.
반복되는 바가지, 달라지지 않는 현실

휴가철만 되면 반복되는 바가지요금 문제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유튜버는 울릉도 여행 중 식당에서 1만 5000원을 주고 주문한 돼지고기 1인분의 70% 이상이 비계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주는 “원래 그렇게 나온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소 문제도 지적됐다. 모텔급 숙소에서 2박에 25만 원을 결제했지만, 에어컨 고장으로 내부 온도가 높아졌고, 숙소 측은 별다른 조치 없이 퇴실만 요구했다고 한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가족여행 취소했다”, “울릉도는 다시는 안 간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관광지 바가지요금 관련 피해 신고는 155건에 달했다.
올해만 50건이 접수됐고, 강원도와 경상 지역 해산물 식당이 주요 신고 대상이었다.
외국인 피해 급증… 쇼핑·택시가 최다

국내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관광 불편 신고는 총 1543건으로 전년보다 71.1% 증가했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의 신고가 92.9%인 1433건을 차지했다.
신고 내용은 쇼핑(306건), 택시(158건), 숙박·음식점 등으로 다양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마스크팩을 구매한 뒤 고가 화장품을 권유받아 강제로 구입한 사례, 호주 관광객이 심야시간 인천공항에서 용산까지 택시를 타고 10만 원 이상 요금을 지불한 사례 등이 있었다.
또한, 한 중국인 관광객은 “돌아갈 때 빈 차로 간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에게서 왕복요금을 요구받았다고 진술했다.
서울시, 100일간 현장 단속 돌입

서울시는 6월부터 외국인 대상 불법 택시 영업 근절을 위해 100일간의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김포공항은 물론 명동, 이태원, 강남역 등 주요 관광지에 단속 인력을 배치해 승차거부, 부당요금 요구, 장기 정차 후 고가 요금 제시 등 위법 행위를 점검 중이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전담 단속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7435건의 인터뷰를 통해 345건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특히 이번에는 ‘QR 설문조사’ 방식이 새롭게 도입됐다. 출국장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QR코드가 포함된 명함형 설문지를 배부해, 시간이나 장소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위법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설문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차량번호, 미터기 사용 여부, 요금 과다 청구 여부 등과 비교해 위반 여부를 판단하며, 필요시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이 이뤄진다.
시는 앞으로 호텔, 공항 등에도 QR 설문지를 배포하고, 택시 호출 앱과의 연계를 통해 신고 시스템을 확장할 계획이다.
국민은 해외로… “이젠 여행도 외화 유출”

국내 관광 불신은 내국인 여행 행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출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다. 특히 일본·중국 등 근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진종오 의원은 “국내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이 국민을 해외로 떠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현장 점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의 성장과 외화 유입을 위해서는 관광객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장 중심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