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260억 달러 투자 확정
3월 발표보다 50억 달러 증액
제철·자동차·로봇까지 총력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추가로 50억 달러, 한화로 약 7조 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닌, 그룹의 미래를 건 승부수다.
투자 대상은 자동차와 철강, 로봇 등 ‘미래 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분야들이다. 표면상 이유는 미국 정부의 산업 정책에 발맞추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투자 금액은 올 3월 발표한 210억 달러보다 24%가량 늘어난 260억 달러로 한화 약 36조 1700억 원 규모이며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미국을 미래 사업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철강부터 완성차까지…미국 내 ‘자급자족 체제’ 구축

투자의 출발점은 루이지애나 주에 건설될 전기로 제철소다. 연간 270만 톤 규모로, 이곳에서 만들어질 저탄소 고품질 강판은 자동차 등 미국 내 전략 산업에 직접 공급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제철소가 완공되면 철강부터 부품,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공급망 안정화도 꾀할 수 있다.
완성차 생산도 대폭 늘린다. 지난해 기준 70만 대 수준이었던 미국 내 생산량을 확대해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도 강화해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로봇 생산 거점 확보…AI와 자율주행 협력도 속도

특히 눈에 띄는 건 로봇 분야 투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로봇 생산의 핵심 허브를 미국에 확보하게 된다.
다만 공장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위치나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로봇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선점하겠다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하다.
로봇 외에도 자율주행, 인공지능,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등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도 본격화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모셔널 등 미국 현지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투자는 양국 간 경제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라며 “미국 내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국내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24조 3000억 원을 투자 중이다. 연구개발과 설비, 전략사업에 골고루 배분된 이 투자 중 핵심은 역시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EVO Plant가 가동되며, 2026년 상반기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이 초대형 SUV 전기차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