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중형 세단 단종
SM6 판매 부진 누적
SUV 중심 전략 전환
르노코리아의 중형 세단 SM6가 생산·판매를 멈추며 국산 중형 세단 한 축이 무너졌다.
SM5부터 이어온 27년 중형 세단 계보가 끊기고, 회사의 중심축은 완전히 SUV로 옮겨 가는 구도가 됐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이달부터 SM6와 중형 SUV QM6 판매를 공식 종료했다.
이로써 르노코리아 세단 라인업에서 중형급은 자취를 감췄고, 이미 단종된 준중형 SM3(2002~2020년), 준대형 SM7(2004~2019년)에 이어 전통 세단 계열이 모두 정리된 셈이다.
27년 이어온 중형 세단의 종착점
SM6는 한때 르노코리아를 대표하는 주력 차종이었다. 2016년 3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약 9년 8개월 동안 국내에서 누적 15만 7176대가 판매됐다.
전작 SM5까지 합치면 중형 세단의 존재감은 더욱 크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팔린 SM5의 누적 판매는 97만 6528대에 달한다. 두 모델을 합하면 27년 동안 르노코리아 중형 세단이 국내에서 기록한 판매는 총 113만 3710대로 집계된다.
SM5는 ‘타면 탈수록 가치를 느끼는 차’를 내세우며 국내 최초 방청보증제도, 신가교 불소도장 등을 적용해 ‘부식 없고 잔고장 적은 세단’ 이미지를 굳혔다.
이 명성을 이은 SM6는 2016년 출시 첫해 9개월 연속 중형 자가용 신규 등록 1위를 차지하며 ‘국민 자가용’으로 불리기도 했다.
SM6 부진과 세단 쇠퇴 흐름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6~2017년 2년 연속 기아 K5를 제치고 국산 중형 세단 판매 2위에 오르며 쏘나타를 추격했지만, 2019년 연간 판매가 출시 초기의 절반 수준인 2만 4000여 대까지 줄며 2위 자리를 다시 K5에 내줬다.
이러한 배경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소형차에 주로 쓰이던 토션빔 서스펜션이 고급 중형 세단에 적용된 점이 결정적인 약점으로 지목됐다.
이후 승차감 논란으로 이어지자 르노코리아는 부분 변경을 통해 서스펜션을 손본 신형 SM6를 2020년 내놓았지만, 연간 판매는 결국 1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예전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단종을 맞이하게 됐다. SM6 단종은 개별 모델 부진을 넘어, 국내 세단 시장 자체의 축소와 맞물려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국산 승용차 시장에서 SUV 판매는 48만여 대, 점유율 31.3% 수준이었으나 이후 매년 증가해 2020년에는 43.3%로 세단(41.7%)을 처음 추월했다.
2022년에는 SUV 점유율이 과반을 넘었고, 2024년 1~10월에는 판매 80만 대를 돌파하며 점유율 58.0%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세단 점유율은 2017년 47.2%에서 28.7%로 떨어졌다.
SUV 중심으로 옮겨가는 르노코리아
한편 르노코리아는 중형 세단을 접는 대신 SUV 비중을 키우는 전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미 국내 시장 전체가 세단 중심에서 SUV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한정된 자원을 수요가 몰리는 차급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중형 세단 공백을 감수하더라도, 향후 SUV·크로스오버 라인업 확충으로 판매 볼륨을 만회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흐름은 르노의 본거지인 유럽에서도 뚜렷하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전체 신차 중 SUV 비중은 2014년 20%에서 2023년 51%까지 치솟아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비자 선택이 세단에서 SUV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SM6 단종은 한 브랜드의 라인업 조정을 넘어, 국산 중형 세단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27년 동안 이어온 ‘SM’ 중형 세단의 빈자리는 이제 SUV가 대신 채우게 됐고, 르노코리아가 어떤 경쟁력 있는 SUV로 그 공백을 메우느냐에 따라 향후 성패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