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인데 “자존심까지 버렸다”…중국과 손 잡은 토요타, 그랜저보다 큰 전기차 공개

토요타, 핵심 기술 중국에 의존
그랜저보다 큰 전기차 bZ7 공개
중국 전용 모델…’화웨이 인사이드’

세계 1위 자동차 회사 토요타가 자존심을 내려놨다.

그간 고집하던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핵심 부품까지 중국 IT 공룡 화웨이의 손을 빌렸다. 소프트웨어 주도 자동차(SDV)의 흐름 속에서, 일본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토요타가 변화를 택한 것이다.

이런 토요타의 변신은 새로운 전기 세단 ‘bZ7’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현대차 그랜저보다 큰 차체, 압도적인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 화웨이 기술이 심장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자존심 꺾은 ‘순혈주의’

토요타는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통해 자사의 전용 전기차 ‘bZ7’ 제원을 공식 공개했다. 이 차량은 토요타가 중국 광저우 자동차 그룹(GAC)과 손잡고 설립한 합작 법인 ‘GAC 토요타’에서 개발한 모델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bZ7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사실이다. 구동 모터는 화웨이가 직접 개발한 281마력급 고성능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여기에 차량 운영체제(OS) 역시 화웨이의 하모니OS가 적용됐다.

토요타는 내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계기판, 디스플레이 그래픽 등 차량 내 모든 소프트웨어 영역을 화웨이에 맡겼다. 이는 그동안 ‘자체 기술 우선주의’를 고수해온 토요타에게 있어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토요타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선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부족한 일본 제조업의 현실을 토요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랜저보다 크고, G80보다 넓다

bZ7 세단은 크기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전장 5130mm, 전폭 1965mm, 휠베이스는 3020mm로, 현대차 그랜저보다도 100mm 이상 길고, 제네시스 G80보다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자랑한다.

외관 디자인은 ‘해머헤드’ 형태의 날카로운 전면부에 C자형 주간주행등을 탑재했다. 프리우스를 연상케 하는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됐고, 루프라인은 매끄럽게 떨어져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최대 21인치 휠도 장착 가능하다.

특히 차량 앞유리 상단에는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되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자율주행 기술 지원도 가능하며 증강현실 기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제공된다.

‘화웨이 인사이드’, 이제는 품질 보증 마크?

화웨이와의 협업은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에서는 ‘화웨이 인사이드’라는 표현이 강력한 품질 보증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성능과 기술, 연결성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조합이다. 하지만 정작 bZ7의 주행 가능 거리나 해외 출시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차량이 중국 시장을 위한 ‘한정판 실험작’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GAC와 손잡은 토요타는 이번에 공개한 bZ7을 중국 전용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며 올해 말 정식으로 판매에 돌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