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경쟁 본격화… 소비자 혜택 커질 수도
“공짜폰”에 속은 어르신 피해 더 늘어난다
약정 위약금은 더 세져… 꼼꼼한 확인 필수

지난 22일, 11년 동안 유지되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공식 폐지됐다. 이에 따라 통신사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졌다.
보조금 자율화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지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이동전화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총 33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7% 증가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의 신청은 39건으로, 작년보다 39.3% 늘었다. 대부분은 안내받은 내용과 실제 계약 조건이 달랐던 경우다.
지난해 80대 A씨는 한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최신 휴대폰을 공짜로 준다’는 말만 믿고 가입했다가 30개월 분할로 31만 9000원의 할부금이 청구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항의했지만, 대리점 측에서는 “공짜라고 한 적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단통법 폐지… 지원금 경쟁 다시 불붙는다

단통법 폐지 이후, 과거 불법으로 간주됐던 ‘페이백’이나 ‘마이너스폰’ 방식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가능해졌다.
유통점은 공시지원금과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일부 단말기의 경우 출고가 전액이 지원금으로 충당될 수도 있다.
정부는 보조금 확대가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원금이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되고 소비자에게 사전에 안내된다면 페이백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도 더 복잡해졌다. 보조금 외에도 제휴 카드 할인,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이 ‘추가지원금’ 항목으로 묶이면서, 약정 도중 요금제 변경이나 해지 시 위약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할인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계약 구조를 정확히 이해해야 손해를 피할 수 있다.
광고 과장 여전… 소비자 혼란 우려

소비자원은 광고 문구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최근 전라도 지역의 518개 판매점을 조사한 결과, 18%가 ‘공짜’, ‘최저가’ 등 실제와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최대 00원까지 지원’, ‘반값’ 등 중요 정보 없이 혜택만 강조한 광고도 다수 발견됐다.
소비자원은 “최종 구입 가격, 약정 조건, 혜택 여부 등을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며 “광고만 믿고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비교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통 3사, 관련 협회, 지자체 등과 함께 피해 예방을 위한 가이드를 제작하고, 이를 판매점에 배포 중이다.
통신비 절감 기대… 그러나 자율 규제에 의존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경쟁이 자유로워진 만큼 통신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선택약정 할인과 보조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단말기와 요금제 선택 폭은 넓어졌다.
다만, 시장 질서를 유지할 법적 장치는 당분간 부재 상태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아직 의결되지 않아, 통신 시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와 이통사 자율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는 과열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경쟁이 벌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경쟁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이 많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이득은 아니다. 특히 고령층 등 정보에 취약한 소비자는 꼼꼼한 확인과 신중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