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마저 급락 신호
대출 규제 후 매수심리 급속 위축
거래 절반이 9억원 이하로 쏠려

6·27 대출 규제 이후, 규제가 통하지 않으리라 예측했던 강남권마저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가격은 불과 한 달 만에 수억 원씩 하락했고, 부동산 중개업소는 하루에도 몇 건씩 ‘급매’ 문의를 받는 상황이다. 과거 경기 변동에도 굳건하던 강남 아파트가 이번에는 방패막이를 잃었다.
강남권도 버티지 못한 충격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29억 7430만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억 7132만 원 떨어졌다.
송파구 평균 거래가는 18억 원대로 내려앉아 직전 달보다 1억 5865만 원 줄었고, 서초구도 3139만 원 감소한 28억 2798만 원을 기록했다.
거래 건수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강남구는 560건에서 285건, 서초구는 356건에서 176건, 송파구는 650건에서 341건으로 줄었다. 고가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멈추자 평균 거래금액이 더 빠르게 하락했다.
급매 사례는 눈에 띄게 늘었다. 강남구 일원동 우성7차 전용 84㎡는 최근 22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대비 7억 7000만 원 낮게 거래됐다.
송파구 문정래미안 전용 150㎡도 직전 거래가보다 6000만 원 낮은 16억 9000만 원에 팔렸다. 신고가와 비교하면 무려 3억 2000만 원 하락이다.
한 중개업자는 “모든 매물이 그렇진 않지만, 시장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일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9억 원 이하 매물로 쏠린 수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대출 규제 이후 43일간 서울 아파트 거래의 49.5%가 9억원 이하였다. 규제 직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비중이 11.8%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8.1%포인트나 뛰어 가장 큰 변화 폭을 보였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중고가 아파트 매수가 힘들어진 영향이 크다.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의 LTV가 70%임을 고려하면, 9억원이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사실상 가격 상한선이 된 셈이다.
반대로 15억~30억원대 아파트 거래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포구와 성동구의 7월 거래량은 각각 84.5%, 88.6% 급감했고, 강남권의 중형·소형 아파트도 거래가 뚝 끊겼다. 규제 전 23%였던 해당 가격대 거래 비중은 15.6%로 떨어졌다.
‘현금 부자’만이 웃는 시장

물론 예외도 있었다.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규제 전 4.6%에서 6.2%로 오히려 늘어난 것인데, 대출 규제와 무관한 현금 부자들이 조용히 움직였기 때문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 170㎡는 최근 93억원에 전액 현금 거래 약정이 이뤄졌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규제 후 끊겼던 초고가 거래가 성사된 것은 드문 일”이라며, “현금 부자들이 틈새를 노리고 움직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심리 회복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단기 변동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강남권은 대출 규제의 직접 영향은 덜하더라도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 어렵다”며 “계절적 비수기가 끝나는 다음 달 이후 정책 방향에 따라 반등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강남권 아파트마저 방어선을 잃은 이번 상황은, ‘절대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가를 변수는 정책과 심리 회복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