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투자 요구에 흔들린 한미 협상
‘알래스카 LNG’ 빠진 숨 막히는 뒷이야기
막전막후에 숨겨진 탈출 전략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끝내 제외시켰다. 일본과 대만이 이 사업에 일정 부분 참여를 밝힌 것과는 대비되는 결정이다.
한국 정부는 조선업 협력 사업 ‘마스가 프로젝트’를 내세워 대체안을 제시했고, 미국도 이에 호응하면서 알래스카 참여 요구는 합의문에서 빠졌다.
조선업 협력으로 미국 설득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타결한 무역 협상 결과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를 공식 협상 항목에서 제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조선업 분야 협력을 전면에 내세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총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의 투자로, 미국 내 조선소 설립, 인력 양성, 공급망 재편 등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직후 “알래스카 LNG 관련 내용은 최종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 또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결과적으로 협상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대만은 투자 수순… 한국은 신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약 64조 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다. 알래스카 북극권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채취해 1300km에 달하는 가스관을 통해 해안으로 운반하고, 이를 액화해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국과 일본이 이 사업에 각각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일본은 미국과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대만도 국영 석유기업 CPC가 미국 측과 투자 의향서를 체결하며 참여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유보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성 검토를 위한 자료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사업 참여를 전제로 하지 않고 필요 정보를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성·정보 부족·정치 리스크… 한국의 판단 근거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신중한 이유는 뚜렷하다. 우선 총사업비가 60조 원 이상으로 추정돼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에게도 큰 재정 부담이 된다.
사업성도 불확실하다. 예상되는 도입 가격은 글로벌 평균보다 4배 이상 비싸고, 향후 국제 LNG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미국 측이 사업 구조나 수익 전망, 장기계약 조건 등 핵심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 입장에선 판단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
또한 알래스카 지역의 혹한 기후와 복잡한 지형은 공사와 운영 난이도를 높이며, 향후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탄소 리스크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필요한 정보가 오지 않았고, 미국의 요구가 아니었다면 국내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유보했지만, 논의는 계속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제외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이 사업을 외교·통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한구 본부장은 “미국과 관련 논의는 지속할 것이며, 사업성 검토 결과에 따라 추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거친 뒤, 필요 시 기업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사례는 한미 간 무역 협상에서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실리를 어떻게 구분해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대체 제안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여지를 확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