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00만 원, 월세 1만 원
지방 빈집, 주거 대안으로 주목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급 확산

높은 전셋값과 월세에 시달리는 무주택자들에게 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월 1만 원 수준의 임대료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기존 주거 정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이 사업은 실질적인 주거 부담 완화 효과를 노린다.
빈집, ‘애물단지’에서 ‘금싸라기 집’으로

전남개발공사와 담양군은 지난 22일, ‘빈집 활용 주거복지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담양 읍소재지에 있는 빈집 2채를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월 1만 원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전남개발공사는 빈집 확보를, 담양군은 리모델링과 입주자 관리를 맡는다.
장충모 전남개발공사 사장은 “방치된 빈집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시도는 전남에서는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에 적용 가능한 빈집 활용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안전과 환경 문제 해결은 물론, 지역 인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에도 목적이 있다.
충남 태안에서도 ‘1호 집’ 탄생…임대료는 ‘0원’

충남 태안군에서도 빈집을 리모델링한 ‘충남 1호 주택’이 완공됐다. 면적은 약 24평이며 방 2개, 거실, 주방, 욕실 등 기본 구조를 갖췄다. 임대료는 아예 없고 보증금도 없다.
입주 자격은 청년, 신혼부부, 예비 귀농·귀촌인, 외국인 근로자 등이며, 거주 이력에 따라 가산점도 부여된다. 입주는 오는 8월부터 가능하다.
충남도는 지난해부터 빈집을 임대용 주택이나 쉼터로 활용하는 사업을 본격화했다. 도내에만 4천800여 채의 빈집이 있으며, 상당수가 리모델링을 통해 활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소유주에게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입주자에게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원시 ‘만원주택’, 냉장고부터 에어컨까지 ‘풀옵션’

전북 남원시는 지난 15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만원주택’ 사업을 처음 도입했다. 단독 및 다가구주택 11채를 리모델링해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만 원 조건으로 제공한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필수 가전도 함께 갖췄다. 최장 4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입주 대상은 남원에 주소를 두었거나 입주 후 이전 가능한 19~45세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다.
시 관계자는 “청년의 주거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며, 향후 공급 물량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치된 빈집, 위험에서 기회로

빈집은 장기간 방치되면 화재, 범죄, 쓰레기 방치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지자체들은 빈집을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에 나서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 공간으로 바꾸면 도시 미관 개선과 주거 환경 정비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또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빈집이 급증하고 있는 지방 도시는, 지금 새로운 인구를 끌어들이는 데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리모델링한 빈집을 청년·신혼부부·귀농귀촌 희망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식은 단순한 주거 지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정주 여건을 갖춘 주택이 공급되면 인구 유출을 막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