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시장이 13년 만에 최악의 침체를 기록한 직후, 극적인 반전 신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5년 경차 신차 판매량은 7만 4,600대로 전년 대비 24.8% 급감하며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들어 8,211대가 팔리며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세로 돌아섰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중고차 시장이다. 2026년 1월 기준 중고차 거래 1위는 기아 모닝(3,841대)이 차지했고, 단종된 쉐보레 스파크(3,149대)가 3위를 지켰다.
톱10 중 경차가 4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차량 가격이 일제히 인상되면서 경차의 가성비가 역설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66% 증발한 시장, 바닥에서 반등하나
중고차 플랫폼 리본카 역시 경차 거래량이 전년 대비 34% 급증했다고 밝혔다. 보험료와 유지비 부담이 낮은 경차가 ‘실속형 소비’의 핵심 선택지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캐스퍼의 출고 대기기간은 1년을 넘어섰고, 이는 잠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한다는 방증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2012년 21만 6,221대로 정점을 찍은 뒤 구조적 침체에 빠졌다. 2021년 처음 10만대 아래로 떨어졌고(9만 8,781대), 2022년 현대차 캐스퍼 출시로 13만 4,294대까지 반등했으나 이내 다시 급락했다.
2023년 기아 레이EV(LFP 배터리 탑재) 출시에도 12만 4,080대에 그쳤고, 2025년 7만대선까지 무너지며 13년간 66%가 증발했다.
침체의 직접 원인은 명확하다. 2021년 캐스퍼, 2023년 레이EV 이후 신규 경차 출시가 전무했고, 쉐보레 스파크마저 단종되면서 현재 국내 경차 라인업은 기아 모닝·레이·레이EV와 현대차 캐스퍼 단 4종뿐이다.
여기에 20km/L대 연비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소형 SUV들이 경차의 전통적 강점인 연비 우위를 무력화시켰고 차체 확대와 사양 고급화로 경차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형 SUV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SUV 선호 트렌드가 고착화된 점도 장기 침체의 배경이다.
중고차 시장이 말하는 ‘진짜 수요’
반면 신차 시장의 침체와 달리 중고차 시장은 경차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2026년 1월 중고차 거래 톱10에 모닝(1위), 스파크(3위), 뉴레이(4위), 레이(8위) 등 경차 4대가 진입했다. 특히 단종된 스파크가 여전히 3위를 지킬 정도로 실속형 소비자들의 경차 선호는 견고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량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경차를 찾는 고객들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중고차 업계 관계자 역시 “보험료와 유지비가 낮은 경차는 고물가 시대 가성비 차량으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아 레이의 경우 2025년 연간 4만 8,210대가 팔리며 경차 전체의 64.6%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레이의 점유율은 15%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신차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독특한 양극화 현상이다.
2026년, 구조적 회복의 원년 될까
한편 전문가들은 2026년 경차 시장 전망을 놓고 엇갈린 분석을 내놓는다. 긍정론자들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저가 차량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2026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면서 경차의 상대적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캐스퍼의 1년 넘는 대기 기간은 잠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한다는 방증이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2026년 신규 경차 출시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공급 제약이 판매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13년간 66% 급락한 구조적 침체 추세를 1~2년 만에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7만대로 쪼그라든 시장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아니면 더 깊은 침체로 빠질지는 올해 하반기 신차 출시 계획 발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며 현재로서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생산 능력 확대와 신규 모델 투입 여부가 시장 회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