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20대보다 많아졌다
청년 일자리 줄고 세대 불균형
정년 연장 논의 속 청년층 우려 확산

국내 주요 기업에서 30세 미만 직원보다 50대 이상 직원 비중이 더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많은 중장년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 내 청년층 인력이 줄고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 일자리 구조가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의 중심축이 기성세대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는 청년 고용 기회 감소로 직결된다고 진단했다.
기업 인력 구조, 50대가 20대 앞질렀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5일, 2022년부터 연령별 인력 구성이 파악 가능한 국내 500대 기업(실제 분석 대상 124개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기업에서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지난해 기준 19.8%로 전년보다 1.2%포인트 줄어든 반면, 50세 이상 인력은 20.1%로 0.6%포인트 늘었다.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두 세대의 비중이 역전됐다.
30세 미만 직원 수는 2022년 23만5천923명에서 올해 22만1천369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직원은 20만6천40명에서 22만4천43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이차전지 산업에서 세대 간 격차가 가장 컸다.
최근 3년 동안 30세 미만 직원은 9.7%포인트 줄었고, 50세 이상은 1.2%포인트 증가했다. IT·전기전자 업종 역시 젊은 인력 비중은 줄고 고령 인력은 늘었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경기 둔화로 인해 많은 기업이 신입 채용을 줄이는 동시에 고령 직원들의 퇴직도 미루고 있다”며 “기업 내 세대 구조가 변화하는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 논의, 청년들 우려 커졌다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년층의 채용 기회가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영·경제·법학 교수 2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2.4%는 ‘정년 연장 시 청년층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낮은 생산성 대비 높은 비용 부담’(43.8%), ‘직장 내 세대 갈등’(23.8%) 등도 주요 우려로 꼽혔다.
미취업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도 같은 우려가 확인됐다. 정년 연장이 청년 채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61.2%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고, “별 영향 없다”(32.4%), “증가할 것”(6.4%) 응답은 소수였다.
반면 중장년 재직자 500명 중에는 50.6%가 “영향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43%였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사이의 인식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청년층은 조직 내 고령자 비율이 높아질 경우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중장년층은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책임은 정부에… 부담은 기업과 청년에게?

정년 연장이나 고령 인력 활용과 관련한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가 나타났다.
전문가 63.8%는 노후 소득 보장 책임이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봤다. 기업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반면 정책 추진에 따른 부담은 기업과 청년층이 직접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자 고용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으로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구조’가 지목됐다. 전문가 66.7%가 이를 꼽았고, 뒤이어 법제도 미비와 고용 경직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총 임영태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법정 정년 연장은 청년층에게 더 큰 좌절감을 줄 수 있다”며 “퇴직 후 재고용 등 세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제도가 세대 간 균형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