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차량엔 저가 배터리
‘세계 1위’라더니 사실 아냐
과징금·소송 가능성도 커져
“CATL 배터리인 줄 알았는데, 파라시스였다고?”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의 중심에 선 벤츠코리아가 이제는 소비자 기만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 대상이 됐다.
‘중국 1위 배터리’라며 소비자를 안심시켰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고급 이미지로 소비자를 끌어들였지만, 실제 탑재된 건 저가 부품이었다. 결국 벤츠코리아는 허위 광고 혐의로 공정위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허위 배터리 정보,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벤츠코리아에 표시광고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문서로, 위반 사실이 인정될 경우 정식 제재 절차로 이어진다.
문제가 된 건 벤츠코리아가 소비자에게 제공한 전기차 배터리 정보다. 벤츠코리아는 자사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제품이 탑재됐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설명은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사에도 동일하게 교육됐고, 소비자 설득에 활용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인천 청라동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EQE350+ 차량에는 전혀 다른 배터리가 탑재됐다.
CATL 제품이 아닌 중국의 저가 브랜드인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된 것이다. 이 사고로 차량 87대가 전소됐고, 일부 주민은 병원에 이송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공정위, 두 차례 현장조사 후 제재 결론
당시에는 해당 차량에 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과정에서 파라시스 제품이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공정위가 개입하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벤츠코리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허위 광고’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로부터 의견서를 제출받은 후 전원회의나 소회의를 통해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두 가지 법률 위반 혐의가 모두 적용될 경우, 과징금 규모는 벤츠코리아 매출의 최대 6%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집단소송과 리콜 은폐 의혹까지
한편 공정위 조사와는 별개로, 지난해 10월 EQE 차량 소유주 24명은 벤츠 독일 본사 및 한국 판매법인, 리스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CATL 제품인 것처럼 홍보한 행위는 소비자 기만을 넘어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사고 발생 이후에도 리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결함 은폐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단순한 광고의 문제를 넘어, 실제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이번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관련 소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