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비전 아이코닉 공개”…100년 역사 재해석 한 디자인

1930년대 아르데코 감성 재현
솔라 페인트로 연간 1만2천km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탑재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상징하는 쇼카 ‘비전 아이코닉’을 공개했다.

비전 아이코닉은 1930년대 황금기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모델로 전통적인 조형미와 최첨단 전동화 기술을 결합해 ‘움직이는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 고든 바그너는 이 모델을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전통과 미래가 교차하는 조형적 예술 작품”이라고 정의하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정한 럭셔리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전통을 재해석한 조형미

비전 아이코닉의 가장 강렬한 특징은 전면부 그릴이다. 100년 넘게 벤츠의 얼굴이었던 클래식 크롬 그릴은, 이번엔 스모크드 글라스 패턴과 윤곽 조명이 더해진 ‘아이코닉 그릴’로 재탄생했다.

이는 1938년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540K 아우토반 쿠리어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우아함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시도다.

여기에 보닛 위에 자리한 세로형 삼각별 엠블럼도 눈길을 끈다. 조명과 연동되는 디지털 효과로 과거의 상징이 미래 기술과 조화를 이루며 감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벤츠가 이번 콘셉트카를 통해 강조한 새로운 디자인 철학, ‘빛의 감정화(Emotionalisation through illumination)’의 핵심이기도 하다. 조명은 단순히 보는 기능을 넘어, 브랜드의 감성과 성격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확장됐다.

차체 전체는 딥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으로 마감돼 입체감을 강조하며, 최신 조명 기술을 적용한 슬림한 헤드램프는 정제된 인상을 완성한다. 후면부 역시 고전 모델인 300SL의 디자인 요소를 가져와 클래식한 매력을 더했다.

‘하이퍼 아날로그’, 디지털과 장인의 만남

실내로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 그 자체다. ‘하이퍼 아날로그(Hyper-Analogue)’라는 콘셉트 아래 구성된 인테리어는 첨단 기술과 수작업 장인의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센터에는 ‘제플린(Zeppelin)’이라는 이름의 입체 유리 계기판이 설치됐다. 이 구조물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며, 시동을 걸면 고급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아날로그 애니메이션이 작동한다.

특히 계기판 속에는 AI 기반의 어시스턴트 시계가 포함돼, 운전자의 명령에 반응하는 디지털 비서 역할을 수행하며 인테리어 전반에는 황금빛 브라스 손잡이, 자개 인레이, 별 문양 장식 등이 세심하게 적용됐다.

더불어 시트는 벤치형 구조에 진청색 벨벳으로 마감돼 라운지와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며 바닥은 17세기 장식 기법인 ‘스트로 마케트리(straw marquetry)’를 재현해, 1920년대 장식미술 양식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

기술과 지속가능성의 경계

비전 아이코닉은 외형만큼이나 기술적 성취에서도 눈에 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솔라 페인트(Solar Paint)’ 기술이다.

태양광을 흡수하는 이 기술은 차량 표면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며, 최적 조건에서 연간 최대 1만 2000km를 추가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실리콘이나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벤츠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기술을 차량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는 최대 90%까지 줄이면서도, 기존 대비 10배 빠른 AI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한다. 이 기술은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도 빠르게 판단하고, 자율주행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이와 함께 비전 아이코닉은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운전자는 고속도로 주행 시 차량에 운전 제어를 완전히 맡길 수 있으며, 이 시간 동안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는 등 여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운전대와 바퀴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전자적으로만 작동하는 ‘스티어-바이-와이어(Steer-by-Wire)’ 기술 덕분에, 차량 내부 공간 활용도는 한층 유연해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비전 아이코닉의 디자인 요소가 향후 S클래스 전기차 등 양산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양산 계획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