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 업체 BYD가 2025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에서 미국 포드를 처음으로 제쳤다. BYD는 지난해 460만대를 판매하며 전년(427만대) 대비 7.7% 성장했고, 포드는 440만대로 2% 감소하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로써 BYD는 도요타(1,132만대), 폭스바겐(898만대), 현대차·기아(728만대), GM(618만대), 스텔란티스(548만대)에 이어 글로벌 6위에 올랐다.
이번 역전은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 전기차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집중한 ‘풍선효과’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차 대응 실패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2025년 전기차 점유율이 22.6%로 휘발유차(22.5%)를 처음 역전한 점은 시장 패러다임의 완전한 전환을 보여준다.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순위 재편
BYD의 약진은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부상을 대변한다. BYD는 지난해 순수 전기차만 378만 대를 판매하며 테슬라(144만 대)를 2배 이상 앞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전체 판매량의 82%를 전기차가 차지하는 구조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 전문 제조사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이와 함께 지리자동차도 412만대를 판매하며 혼다(352만대), 닛산(320만대)을 제치고 글로벌 8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26% 성장률은 BYD(7.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중국 완성차 업체 2곳이 동시에 일본·미국의 전통 강호들을 추월한 것은 자동차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유럽 시장 공략 본격화…테슬라마저 제쳐
특히 BYD의 유럽 진출이 가시적 성과를 냈다. 2025년 12월 영국에서 BYD는 7,682대를 판매하며 테슬라(6,286대)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독일에서도 4,109대로 테슬라(2,032대)를 2배 이상 앞섰다.
이처럼 유럽 최대 전기차 시장 2곳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한 것은 BYD의 가격 경쟁력과 모델 다양성이 유럽 소비자들에게 통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BYD는 중국 밖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도 처음 추월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2025년 1~11월 4,955대를 판매하며 11월 단달 수입차 브랜드 5위(1,164대)를 기록했다.
이는 신규 진출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성적이다. 반면 테슬라 모델 Y는 같은 기간 46,927대를 팔며 현대차 전체 전기차 판매량과 맞먹었다.
전통 완성차 업체의 전략 부재와 한국의 과제
포드를 비롯한 서구 완성차 업체들의 부진은 전기차 전환 지연에서 비롯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통적으로 내연기관차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기업들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판매량 2위 자리도 폭스바겐에서 현대차그룹으로 조만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스텔란티스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작법인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동력이 약화된 데다, 유럽에서도 전기차 투자 축소 기류가 감지된다.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로, 중국이 전기차로 명확한 방향성을 보이는 반면, 유럽·미국 기업들은 대응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선 중국산 자동차와 싸울 수 있는 가성비 모델 여부가 관건인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생산, 판매 등 향후 시장을 고려한 종합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5년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양적 순위 전복을 달성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U에서 전기차가 휘발유차를 역전한 지금, 파워트레인 전략의 방향성이 완성차 업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