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포착됐다.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차가 1,275대를 판매하는 동안, 테슬라는 1,966대, 중국 브랜드 BYD는 1,347대를 기록하며 현대차를 앞질렀다.
기아가 3,628대로 1위를 차지해 국산차의 체면을 세웠지만, 새해 보조금이 확정된 직후 나타난 이 판매 구조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한다.
더 주목할 점은 시장 문법의 전환이다. 그동안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에 좌우되던 전기차 구매 패턴이 “보조금이 많은 차”에서 “보조금이 적어도 사고 싶은 차”로 이동하고 있다.
국산 전기차가 수입차보다 수백만원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현 정책 구조에서도 소비자들은 수입 전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보조금 소진 후 극명해진 경쟁력 격차
진짜 문제는 보조금이 사라진 후 드러났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2025년 12월, 테슬라는 4,322대를 판매하며 오히려 존재감을 키웠고, BYD도 1,152대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는 505대, 기아는 881대 판매에 그쳤다. 보조금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판매량 낙차가 국산차에서 훨씬 극심하게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2026년 1월 전체 전기차 시장은 5,733대가 등록되며 전월 대비 43.9% 급감했다. 보조금 재개 초기 대기 수요가 폭발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들이 이미 보조금 소진 기간인 12월에 수입 전기차를 구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2025년 한 해 74,728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12.4% 급증했는데, 이는 테슬라의 중국 생산분과 BYD, 폴스타 등 신규 진출 브랜드가 합산된 결과다.
보조금 우대가 만든 가격 구조의 역설
이처럼 국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역설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산 전기차 제조사들이 “보조금 전제 가격”에 안주하는 동안, 수입 전기차는 적은 보조금 안에서 가격과 상품성을 설계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이 사라지면 수입 전기차가 오히려 덜 비싸 보이는 기묘한 구조가 형성됐다.
2026년 보조금 정책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차량에 대한 감액을 확대했고, 국산차는 주행거리, 충전 속도, V2L 탑재, 정비 네트워크 등을 근거로 국고 보조금 100%를 수령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오닉6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는 단기 판매 부양 효과는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제조사가 실질적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을 소홀히 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재편 앞둔 국산차, 경쟁력 회복 과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중국산 전기차 확산이 “소비자 선택권 확대 및 가격 인하”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국내 제조 기반과 공급망에 위협적”이라고 평가하며,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장벽을 세우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보호 정책은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든 지금, 눈에 보이는 차등 지원만으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국에 촘촘한 정비망을 갖춘 국산차를 제쳐두고, 예약 없이는 서비스센터 방문조차 쉽지 않은 테슬라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2월부터 보조금 지급이 본격화되지만, 비야디 등 가성비 브랜드의 공세와 국내 브랜드의 방어전이 치열해지면서 소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결국 보조금은 언젠가 사라진다. 정책 지원으로 감싼 시간 동안 경쟁사는 더욱 치밀한 상품 전략을 구축한다. 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선택받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2026년 1월의 판매 역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