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 밟은 사이버트럭
거대한 차체·안전 논란
테슬라 판매 1위 지속
전 세계의 시선을 모았던 테슬라의 전기차 ‘사이버트럭’이 지난 11월 마침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북미에서 이미 화제를 모았던 모델인 만큼 관심은 뜨겁지만, 실제 한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함께 따라붙는다.
좁은 도로와 빡빡한 주차 환경, 추운 겨울철 기후 등 한국 특유의 조건이 사이버트럭의 약점을 오히려 부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북미에서 제기된 실용성과 품질 논란도 그대로 국내로 들어오는 모양새다.
국내 첫 출고와 초기 판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8월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사이버트럭 실물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고, 11월에는 1호차 인도식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지난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은 국내 인도 첫 달인 11월 한 달 동안 총 32대가 신규 등록됐다.
이중 AWD 트림이 6대, 최고 사양인 사이버비스트 트림이 26대로 집계됐다. 숫자 자체는 많지 않지만, 상징성 있는 첫 출고라는 점에서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만 소비자 반응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독특한 디자인과 존재감만 보고 선택하기에는, 일상 주행에서의 불편과 품질 이슈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북미 실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미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도로 환경과 거대 차체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차체 크기다. 사이버트럭의 전폭은 2,027mm, 전장은 5,683mm로, 국내 대형 SUV인 현대차 팰리세이드(전폭 1,975mm, 전장 4,995mm)보다도 훨씬 크다.
국내 주차 면 폭이 대체로 2.3~2.5m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양옆 차량과의 간격을 고려할 때 차문을 여닫을 수 있는 여유 공간은 15cm 남짓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심 골목길 통과, 회전 반경이 좁은 지하주차장 진입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실용적인 도구라기보다는 상징성과 외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모델에 가깝다”며 “한국에서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제한된 수요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전 구조와 겨울철 사용성 논란
차량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거론된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사고 발생 시 외부 패널이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해 탑승자와 보행자의 피해를 줄이는 구조를 택한다.
반면 사이버트럭은 스테인리스 외골격을 그대로 노출한 설계라 충격 에너지가 흡수되지 않고 전달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고 시 상대 차량이나 보행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사용자 후기에서는 겨울철 문제도 언급된다. 눈이 전면 라이트 바 상단에 쌓여 시야 확보를 방해한다는 경험담, 혹한기 배터리 효율 저하로 예상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1억 4,500만 원에 달하는 가격 수준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안정성, 실내 마감 품질, 사용자 인터페이스 완성도, 국내 충전 인프라와의 호환성 등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북미 판매 둔화, 한국에서는 테슬라 효과
논란은 판매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북미 시장에서 사이버트럭의 3분기 판매량은 5,385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기차 시장 전체가 30%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사이버트럭만 역성장한 셈이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한국 내 전기차 판매 실적은 여전히 강세다. KAIDA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11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전기차 7,632대를 판매하며 BMW(6,526대), 메르세데스-벤츠(6,139대)를 제치고 수입차 전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3,266대)와 기아(3,705대)의 전기차 판매량을 합친 6,971대를 상회하는 수치다. 다만 테슬라의 판매량은 사이버트럭이 아니라 기존 주력 차종에서 나왔다.
모델 Y 후륜구동이 4,604대, 롱레인지가 1,576대, 모델 3 후륜구동이 1,215대를 기록했고, 모델 Y 후륜구동은 11월 수입차 트림별 판매량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결국 사이버트럭이 한국 시장에서 ‘억’ 소리 나는 가격을 상쇄할 만한 품질과 실용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부터의 과제다.
독특한 디자인과 상징성만으로는 한정된 마니아층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지적 속에, 실제 차주들의 중장기 평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