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4 슬로바키아 공장서 양산
1795억 투자로 현지 전략 가속화
유럽 시장을 겨냥해 특별히 설계

기아의 첫 순수 전기 해치백 ‘EV4’가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출고되며 유럽 전동화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내연기관의 전통이 깊은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해치백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기아가 유럽 현지화를 위해 투입한 투자액만 1억800만 유로(한화 약 1795억원)로 현지 생산·수출 거점으로 삼은 질리나 공장이 기아의 유럽 승부수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 맞춤형 ‘EV4’, 해치백으로 변신

국내에서는 세단형으로 판매되는 EV4가 유럽에서는 5도어 해치백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유럽 소비자들의 차량 선호도를 반영한 전략적 변신이다.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EV4는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장 4430mm, 전폭 1860mm, 전고 1485mm의 차체 크기는 유럽 내 전기 해치백 중에서도 넉넉한 편이다.
배터리는 58.3kWh 표준형과 81.4kWh 롱레인지 두 가지로 제공되며, 롱레인지는 최대 391마일(약 629km, WLTP 기준)을 달린다. 여기에 차량 전력을 외부 기기에 공급하는 V2L, 전력망과 직접 연결되는 V2G 기술도 탑재됐다.

또한 알루미늄 보닛과 경량화 설계로 효율을 높였고, 독창적인 5가지 외장 색상을 마련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디자인은 ‘오퍼짓 유나이티드’ 철학을 바탕으로 대담하고 날카로운 선을 강조했다.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 기아 유럽 전략의 핵심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해 현재 약 3700명의 직원과 600대 이상의 로봇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간 35만 대 차량과 54만 개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기아 글로벌 생산량의 11%를 차지한다.
기아는 EV4 양산을 위해 한화로 약 18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용 운반 장치를 설치하고, 생산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 개선과 인력 교육을 진행했다.
토마시 포토체크 기아 슬로바키아 대변인은 “숙련된 인력과 첨단 제조 기술을 결합해 EV4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마크 헤드리히 기아 유럽 사장 겸 CEO도 지난 20일 발표에서 “EV4 생산 개시는 유럽 사업장의 역량을 증명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앞으로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동시에 생산하며 다양한 유럽 고객층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시장 경쟁 본격화

EV4의 현지 생산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다. 유럽연합(EU)의 까다로운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할 수 있고, 물류비와 관세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EU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도 유연하게 맞설 수 있다.
특히 EV4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자동차 강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며, 올해 안으로 EV5, 이어서 전기 밴 PV5 투입까지 계획돼 있다.
이로써 기아는 EV6, EV9에 이어 C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에서도 폭스바겐 ID.3, 르노 메간 E-Tech 등 유럽 강자들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한편 질리나 공장은 전동화 전환뿐 아니라 친환경 경영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 이후 차량 한 대 생산에 필요한 전력은 11%, 물 사용량은 28%, 이산화탄소 배출은 13% 줄였다.
더불어 공장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2025년 말까지 태양광 발전소를 새로 지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5%를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