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BYD가 동시에 현대차를 추월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기아가 3,628대로 1위를 지킨 가운데, 테슬라가 1,966대로 2위, BYD가 1,347대로 3위에 오르며 현대차(1,275대)를 밀어냈다. 수입 전기차 2개 브랜드가 국산 브랜드를 동시에 제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한 월간 변동이 아닌 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에 따르면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75%에서 2025년 57.2%로 하락했으며, 2026년에는 5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는 신규등록 대수 증가율에서 전년 대비 112.4%를 기록하며 국산(34.2%)을 3배 이상 앞질렀다.
3,000만 원대 가격 경쟁력이 판도 바꿨다
수입 전기차의 약진 배경에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자리한다. 테슬라 모델3는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으며, 지난해 말 최대 940만 원 인하를 단행했다.
BYD는 씰 후륜구동 모델을 3,990만 원부터 제시하며 세제 혜택과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 초중반까지 실구매가가 낮아진다. 지난 2월 5일 출시한 소형 해치백 돌핀은 세전 기준 2,450만 원으로 책정됐다.
테슬라는 모델 Y에 판매를 집중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 1월 전체 판매 중 모델 Y가 1,134대로 57.7%를 차지하며 수입차 전체 모델 순위 3위에 올랐다. BYD 역시 씨라이언7과 아토3 두 모델이 각각 600대 이상 팔리며 기아 EV5, EV3와 직접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정 인기 모델에 집중하는 ‘똘똘한 한 대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생산 거부감 완화, 인프라 확충도 한몫
과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은 가격 대비 성능이 입증되면서 상당 부분 완화됐다. BYD는 지난해 3종 출시로 6,000대 이상을 판매한 데 이어, 올해 1만 대 클럽 진입을 목표로 판매망 확대에 나섰다. 전시장을 현재 32곳에서 연말 35곳으로, 서비스센터를 17곳에서 26곳으로 늘려 구매 후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반면 국산 전기차는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 하에 출혈 경쟁을 감당하고 있다”며 “중국의 자국 생산 전기차 보조금, 한국의 높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국산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IRA),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 전기차 업체에 유리한 제도를 운용 중이나, 한국은 이러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 대책 나서지만 시행은 내년 이후 전망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2026년 7월 ‘한국판 IRA’로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 판매 시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제도지만, 법률 개정과 후속 작업을 고려하면 실제 시행은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제도 혜택이 대기업에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부는 2026년 자동차 분야 R&D 및 기반구축에 총 4,645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자율주행·전기·수소차 핵심기술 R&D에 3,827억 원을 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기차 시장은 국가간 대항전이 됐다”며 “국산 전기차가 많이 팔려야 국내 부품 업계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생태계 문제”라고 강조했다.
3,000만 원대가 국산과 수입의 정면 승부 구간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수입 전기차의 판매 확대 흐름이 지속될지 아니면 국산차의 반격이 시작될지는 향후 몇 개월간의 판매 추이와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달렸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모델 간 대결을 넘어 국가 차원의 구조적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