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 84억 달러
신차 수출 주춤 대체효과
신흥국 가성비 수요 확대
현대차·기아 신차 수출이 기대만큼 속도를 못 내는 사이, 한국산 중고차가 ‘수출 버팀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관세·물류비 등 비용 요인이 신차 가격을 밀어 올리자, 해외 시장에서 “새 차 대신 검증된 중고차”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중고차가 메운 수출 공백
올해 1~11월 한국 중고차 수출액은 84억 달러(약 12조 원)로 커졌다. 전체 자동차 수출 증가세가 크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중고차가 수출 성적표를 실질적으로 떠받친 셈이다.
신차만 떼어놓고 보면 체감 성적이 더 답답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차가 외면받는다”는 인식과 달리, 브랜드와 내구성에 대한 신뢰는 중고차 시장에서 오히려 거래로 확인되고 있다.
신차가 덜 팔리는 이유를 품질로 돌리긴 어렵다. 다만 한국에서 생산해 해외로 들여오는 구조는 예전보다 불리해졌다.
관세와 물류비, 각종 인증·규제 비용이 누적되면서 체감 가격이 올라가고, 같은 브랜드라도 현지 생산 차량과의 가격 간극이 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급이면 더 싼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신차는 현지 생산 비중이 커지고, 한국발 물량은 중고차가 보완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신흥국 수요와 차종 선호 변화
특히 이 흐름은 신흥국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고금리·환율 변동으로 신차 가격 부담이 커지자, 성능이 검증된 한국 중고차로 수요가 몰린다.
잘 팔리는 차들의 공통점도 비교적 선명하다. 화려한 첨단 기능보다 정비가 쉽고 연비가 좋은 실속형 모델이 강세를 보이고, 내연기관 중심 수요 속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와 유지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해 확산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결국 ‘한국차 인기 하락’이라기보다, “어디서 만들고 어떤 형태로 공급하느냐”의 게임이 바뀐 장면에 가깝다.
중고차가 새로운 수출의 한 축으로 커진 만큼, 품질 관리와 수출 체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경쟁도 동시에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