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버튼 111개
테슬라 방식 거부
4개월 5만대 돌파
모든 기능을 화면 속으로 집어넣는 ‘테슬라식 미니멀리즘’이 정답인 줄 알았던 전기차 시장에 반전이 일어났다.
거대한 스크린 대신 무려 111개의 물리 버튼을 실내 곳곳에 배치한 신차가 출시 120일 만에 누적 인도량 5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아 EV9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니오(NIO)의 플래그십 SUV, ‘신형 ES8’이 그 주인공이다.
“운전 중 화면 누르기 짜증나서”… 버튼 111개가 만든 역설
최근 전기차들은 비용 절감과 디자인을 위해 버튼을 없애고 터치스크린에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추세다. 하지만 운전 중 공조 장치 하나 조절하기 위해 여러 번 화면을 눌러야 하는 방식에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신형 ES8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도어 패널부터 스티어링 휠, 센터콘솔까지 배치된 111개의 물리 버튼은 직관적인 조작감을 제공하며 ‘클래식 럭셔리’의 귀환을 선언했다.
“중국차는 베끼기 바쁘다”는 편견을 깨고, 오히려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테슬라가 주도한 글로벌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 성공을 거둔 셈이다.
EV9보다 긴 전장, 현대차 뛰어넘는 ‘900V’ 괴물 스펙
단순히 버튼만 많은 게 아니다. 하드웨어 스펙은 국내 리딩 모델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며 차체 길이 5,280mm로 기아 EV9(5,010mm)보다 거대하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E-GMP(800V) 시스템을 넘어서는 900볼트(V) 초고전압 아키텍처를 탑재했으며 듀얼 모터가 뿜어내는 520kW의 출력은 이 거구를 단 3.97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게 한다.
특히 니오는 자체 개발한 120kWh급 5C 고속 충전 배터리 도입을 예고하며, 그간 파트너였던 삼성·LG 등 한국 배터리 업계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 독립’까지 선언하며 K-배터리 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다.
‘물리 버튼의 부활’… 기아 EV9에게 던진 숙제
한편 ES8의 흥행은 대형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편의성’과 ‘성능’을 동시에 잡으면 중국산이라도 충분히 팔린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111개의 버튼이 주는 아날로그적 직관성은, 터치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고수해온 국산 전기차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특히 배터리 교체(Swap) 시스템이라는 독보적인 무기에 이어, 자체 배터리 기술력까지 확보한 이 ‘괴물 SUV’가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순간, 국내 완성차 업계가 누려온 프리미엄 입지는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