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2026년 1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면치 못했다. 2일 르노코리아가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외 총 판매량은 3,732대로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했다.
수출이 22.8% 급증했음에도 내수 판매가 13.9% 급락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침체 속에서 르노코리아의 내수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특히 단일 모델 의존도가 74%에 달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2월부터 전국 전시장에 순차 입고되는 신차 ‘르노 필랑트’가 내수 회복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내수 2,239대 ‘뚝’… 경기 불황이 직격탄
1월 내수 판매는 2,239대에 그쳤다.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1,663대로 전체 내수의 74.2%를 차지하며 사실상 르노코리아를 떠받치는 구조다. 쿠페형 SUV 아르카나는 369대(16.5%), 준중형 전기 SUV 세닉 E-Tech는 207대(9.2%)가 팔렸다.
내수 부진의 배경에는 2025년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 증가 등 가계 부채 우려가 커지며 고가 내구재 구매 심리가 위축됐고, 소비자들은 신차보다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주력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라인업을 집중 공세하는 가운데,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는 르노코리아는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그랑 콜레오스 74% 편중… ‘단일 모델 리스크’ 심각
특히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의 4분의 3이 그랑 콜레오스에 쏠린 것은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다. 단일 모델 의존도가 이처럼 높을 경우 시장 변화나 경기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랑 콜레오스가 속한 중형 SUV 세그먼트는 투싼, 스포티지, 쏘렌토 등 국산 모델들의 격전지로, 가격과 A/S 네트워크 면에서 수입차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
반면 수출은 1,493대로 전년 대비 22.8% 급증하며 선방했다. 수출명 ‘뉴 르노 콜레오스’ 977대와 아르카나 516대가 동남아·인도·중동 시장으로 선적됐다.
르노그룹이 추진 중인 ‘르노베이션 2027’ 전략의 일환으로, 부산공장을 아시아-태평양 거점 생산기지로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증가는 공장 가동률 유지와 일자리 보존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내수 약세를 완전히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신차 ‘필랑트’ 카드… 내수 반등 변수될까
르노코리아는 신차 크로스오버 ‘르노 필랑트’를 내수 회복의 돌파구로 제시하고 있다. 1월 13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에서 세계 최초 공개된 필랑트는 부산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며, 2월부터 전국 전시장에 순차 입고된 뒤 3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다.
업계는 필랑트의 초기 판매 성과가 2026년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월 500~700대 수준의 안정적 판매가 이뤄진다면 연간 5,000~6,000대 추가 확보가 가능하고, 그랑 콜레오스 편중 구조도 완화될 수 있다.
다만 한국 경기 회복 시기가 2026년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경우, 프리미엄 가격대의 필랑트 역시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르노코리아는 수출 호조라는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신차 필랑트가 소비자 선택을 받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할지, 아니면 경기 불황 속에서 추가 부진을 겪을지가 올해 실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