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괜히 샀네”…주차 전쟁 부추기는 ‘설익은 정책’에 현장은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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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 충전 구역 주차 허용 시간 7시간으로 단축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오는 2026년 2월 5일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충전 구역 주차 허용 시간이 기존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절반 단축된다.

이를 초과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단속 대상도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돼 적용 범위가 5배 넓어졌다. PHEV는 배터리 용량이 순수 전기차(BEV) 대비 작아 완충 시간이 짧다는 특성을 근거로 한 조치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충전 인프라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전동화 속도를 늦추는 규제 완화가 장기적으로 선도업체와의 기술 격차 확대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일관된 정책 방향성 제시와 실효성 있는 인프라 확충을 촉구했다.

새벽 2시 알람, PHEV 소유주의 새로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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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 충전 구역 주차 허용 시간 7시간으로 단축 (출처-게티이미지뱅크)

7시간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성 부족이다. 퇴근 후 저녁 7시에 충전을 시작하면 익일 새벽 2시까지 차량을 이동해야 하는데, 이는 주민들의 수면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주차장 포화 상태를 야기한다.

지방의 한 아파트 주민은 “새벽 시간에도 알람을 맞춰놓고 차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면 BEV는 여전히 14시간 주차가 가능해 PHEV 소유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충전 구역 불법 주차 신고도 전년 대비 70% 급증하는 등 주민 간 갈등이 전국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새벽 시간대 주차 공간 확보 경쟁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프라 40% 미달, 고장 방치에 화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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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 충전 구역 주차 허용 시간 7시간으로 단축 (출처-보배드림)

정부는 아파트 주차 면수의 2% 이상을 충전 시설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으나, 해당 지역의 경우 기존 아파트의 40%가 이 기준에 미달한다.

특히 설치된 충전기마저 고장 상태로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며, 일부 운영 업체는 경영난으로 전기 요금 미납 상태다. 부산에서는 공유 전기차 사업 중단으로 220V 충전 설비 14대가 3년째 방치되면서 3억 원의 투자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 16건 중 3분의 2가 주차 또는 충전 중 발생했다. 제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기차 화재로 60~100명이 긴급 대피했고, 연기를 흡입한 1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배치된 지하 주차장 화재 대응용 이동식 수조는 모든 시설을 커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속 충전기 확충과 관리 체계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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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 충전 구역 주차 허용 시간 7시간으로 단축 (출처-한국전력공사)

업계는 PHEV 시간 제한 시행 전 선제적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속 충전기를 늘려 회전율을 높이고, 고장 난 충전기를 신속히 수리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 구축이 최우선 과제다.

권은경 KAMA 조사연구실장은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으나, 향후 환경규제 재강화 시 막대한 전환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탄소중립과 기술적 정합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기차 보급 확대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한국의 충전 인프라 정책은 규제 강화와 시설 확충의 균형을 잃었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 IRA 인센티브 조기 종료로 2025년 PHEV 판매가 전년 대비 17.2% 감소한 사례는 정책 일관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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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 충전 구역 주차 허용 시간 7시간으로 단축 (출처-구리농수산물공사)

규제 시행 3일을 앞둔 시점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 안전 기준 강화, 생산 촉진세제 등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전동화 정책 자체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