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EV 2026년으로 연기
전기차 시장 둔화가 주요 원인
기존 주문 고객들에겐 통보 완료
레인지로버 EV를 손꼽아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다시 인내심을 시험받게 됐다.
조용히 업데이트된 랜드로버 공식 홈페이지에는 당초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레인지로버 EV의 출시 일정이 2026년으로 바뀌어 있었다.
랜드로버는 이 모델의 월드프리미어를 올해 말 진행하고, 글로벌 시장에는 내년 하반기부터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일정은 전면 수정됐다. 조용한 연기였지만, 파급력은 작지 않았다.
‘테스트 더 필요’…신중해진 이유
랜드로버 측은 출시 지연에 대해 “광범위한 테스트가 추가로 필요해졌다”며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주춤한 상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레인지로버 EV는 재규어 랜드로버(JLR)가 자체 개발한 첫 순수 전기 SUV로 브랜드로서의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대한 부담이 컸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섣부른 출시는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JLR 관계자는 “시장과 기술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출시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간보다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술력은 여전…하지만 ‘믿고 기다릴 수 있을까’
레인지로버 EV는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MLA 플랫폼을 기반으로 JLR이 자체 설계한 117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는 총 344개의 각형 셀을 이중으로 적층한 구조로 완충 시 주행거리는 500km 이상이며 동급 최고 수준의 효율을 목표로 한다.
성능 또한 만만치 않다. 듀얼 모터를 통해 5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며, 최대 850mm 깊이의 물을 통과하고 280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등 오프로드에서도 레인지로버의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이러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주문을 마친 고객들에게는 출시 지연 사실이 개별적으로 통보된 상태다. 이에 일부 고객들은 “연기 자체보다 정보 공개가 너무 늦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기차 전략 재검토
한편 레인지로버 EV의 일정 조정은 단독 이슈가 아니다. 자매 브랜드인 재규어의 전기 세단 ‘타입 00 시리즈’, 랜드로버의 벨라·디펜더 전기차 역시 출시가 2026년 이후로 밀렸다.
JLR은 2030년까지 전 모델 라인업에 전기차 버전을 도입하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시장 수요와 기술 안정성에 따라 출시 시점은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일정 조정이 단순한 연기인지, 아니면 전동화 전략 전반에 대한 재조정의 신호탄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JLR이 당장의 시장 경쟁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와 기술적 완성도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