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kWh로 1000km
평균시속100km 10시간
경량·공력 설계 변수
르노가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필란테(Philante) 004’가 “주행거리의 상식”을 흔들었다.
87kWh 배터리로 평균 시속 약 100km 수준을 유지하며 10시간 동안 1,000km를 달렸고, 주행 종료 시에도 잔량이 남았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배터리 용량=주행거리’라는 단순한 공식에, 차체·공력·효율 설계가 얼마나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동일 배터리 조건의 기록
르노가 내세운 전제는 단순하다. 배터리를 더 키우지 않았고, 기록을 위해 시속 30km로 느리게 달리지도 않았다.
양산형 전기 SUV인 ‘시닉 E-Tech’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87kWh를 사용해 고속도로에 가까운 속도로 거리를 늘렸다는 점을 강조한다. 같은 배터리라도 차체 저항과 전력 관리 로직이 달라지면 ‘실주행’ 결과가 크게 벌어진다는 메시지다.
필란테의 해법은 무게부터 덜어내는 방식이었다. 1인승 단좌 구조로 불필요한 좌석·내장 요소를 줄여 차량 중량을 약 1톤 수준으로 낮췄다.
질량이 줄어들면 가속과 등판, 일정 속도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가 함께 줄고, 타이어 구름저항과 브레이크 열 손실도 완화된다. 결국 배터리 사용량의 ‘기본값’이 내려가며, 같은 87kWh가 더 긴 거리로 환산되는 구조다.
공기저항 최소화의 외형 패키지
외형은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유선형으로 다듬어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속 구간에서는 공력 저항이 에너지 소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바람을 덜 ‘맞는’ 설계가 곧 주행거리로 환산된다.
르노가 이번 실험을 통해 확인하려 한 것도 고속 주행 효율의 한계값에 가깝다. 즉, 도심이 아니라 ‘고속도로 속도’에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수치로 증명하려는 시도다.
주행은 모로코 UTAC 테스트 트랙에서 진행됐다. 2.5마일 서킷을 세 명의 드라이버가 교대로 주행하며 10시간 동안 239랩을 소화했고, 목표였던 1,000km를 넘긴 뒤에도 배터리 잔량 11%가 남았다고 밝혔다.
르노는 이를 바탕으로 완전 방전을 가정하면 1,126km 수준까지도 계산상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1인승 콘셉트의 경량·공력 패키지를 그대로 양산차에 옮기기는 어렵다.
대신 고속 주행 효율, 열관리, 전력 분배 같은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다음 세대 양산차의 설계 기준을 당기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