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안 싼대 빠진 건 많아”…테슬라 저가형 모델, 사이버트럭 RWD 전철 밟나?

기존 대비 고작 5천달러 인하
파노라마 루프·가죽시트 등 제외
사이버트럭 RWD 데자뷔 우려도

테슬라가 야심 차게 선보인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심상치 않다.

겉으로는 ‘스탠다드 트림’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내부 기능은 대거 빠졌고 가격은 기대보다 높아 소비자들의 실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과 5개월 만에 단종된 사이버트럭 RWD처럼 이 모델들도 조기 퇴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기대 이하의 가격 인하, 빠진 기능들

테슬라는 최근 미국 시장에 모델 3, 모델 Y의 스탠더드 트림을 선보였다. 공식 판매가는 각각 3만6990달러(한화 약 5275만원), 3만9990달러(한화 약 5703만 원)로 기존 트림보다 약 5000달러(한화 약 713만원) 저렴하다.

하지만 실제 구매자 입장에서는 ‘이게 과연 싼 건가’라는 의문이 드는 가격이다. 차량 곳곳에서 ‘빠진 기능’이 눈에 띄게 많기 때문이다.

모델 Y의 경우,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통풍 시트, 자동 접이식 미러, 라디오 등 기본적인 사양이 제외됐다. 여기에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가죽 시트도 빠졌으며, 오디오 스피커 수도 줄었다.

이와 함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차선 중앙 유지 기능도 제거됐고,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하려면 고가의 FSD 옵션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이처럼 기능은 줄었지만, 상위 트림 대비 가격 차이는 약 714만 원에 불과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전략, 되풀이되는 실패

이번 전략은 과거와 닮았다. 테슬라는 이미 2019년과 2023년, 멕시코 시장에서 ‘저렴한 모델’ 전략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축소형 모델만 내세운 채 실질적인 가격 메리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지난 수년간 ‘3만 달러(한화 약 4278만원) 이하 대 중형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하지만 작년, 2만5000달러(한화 약 3565만원)대 신차 개발 계획은 사실상 철회됐다.

대신 기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저가형 트림을 내놓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일 뿐 ‘혁신’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외 한 시장조사업체는 “이번 신형 모델은 가격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이라며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법인용? 로보택시용? 타깃 불분명

현재 테슬라는 이번 저가형 모델의 주요 타깃을 일반 소비자가 아닌 법인이나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으로 잡은 듯 보인다.

실제로 69.5㎾h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3는 517㎞의 주행거리를 확보해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모델은 일상용보다는 로보택시 등 특정 용도에 맞춰진 차량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글로벌 렌터카 업체 허츠(Hertz)마저 테슬라 차량을 매각하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법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모델은 기능을 대폭 줄였지만 가격은 소비자 체감상 그렇게 저렴하지 않다”며 “결국 기존 고객과 새로운 수요층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모호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사이버트럭 RWD의 그림자…지속성 불투명

더 큰 문제는 이번 저가형 모델이 단명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작년 출시된 사이버트럭 RWD는 기대를 모았지만, 단 5개월 만에 조용히 단종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모델들도 출고 전이나 초기 판매 이후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면 빠르게 라인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외 한 자동차 전문 매체는 “5000달러 낮췄다고는 하지만 기존 트림과의 간극이 크지 않아 매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테슬라의 기존 이미지와 어긋나는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여전히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해외 자동차 매체는 “가격보다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라며, 테슬라의 기술력이 전기차 경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저가형 모델은 테슬라가 빠르게 변화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만든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일론 머스크의 비전이 실제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새로운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