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완성차 ‘패닉’ 상황”…현대차, “우린 다르다”더니 125조 원 ‘승부수’

글로벌 공장 축소 확산
현대차는 증설·투자 가속
변수는 수요·관세·가격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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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출처-현대차)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의 급부상이 겹치면서 전 세계 완성차 공장이 하나둘 속도를 줄이고 있다.

독일·미국·일본 업체들이 자국 공장까지 손질하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생산 기반을 넓히는 쪽을 택해 대비되는 그림이 나온다. “위기 때 더 줄이는가, 더 준비하는가”가 업계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공장 감산·폐쇄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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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폭스바겐 공장 (출처-폭스바겐)

폭스바겐은 독일 생산 재편을 놓고 공장 운영을 조정하는 수순에 들어갔고, GM도 북미 공장 가동을 줄이며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닛산 역시 일본 내 생산 거점 정리를 검토하는 등 ‘덩치 줄이기’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판매가 흔들릴수록 고정비가 큰 공장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동률이 떨어진 라인부터 정리해 손익을 방어하는 전략이 공통분모로 꼽힌다. “거대한 공장이 곧 자산”이던 시대가 끝나고 “거대한 공장이 곧 비용”이 되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공세·전기차 캐즘의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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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자동차 도로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구조조정의 배경은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다. 한때 핵심 수익원이던 중국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가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가고, 전기차는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 재고와 인센티브 부담이 동시에 쌓였다.

여기에 보조금·규제 등 정책 환경까지 흔들리면서 전동화 전환 속도가 시장의 체감 수요를 앞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연기관·전기차 어느 쪽도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지자, 공장 운영이 곧 손익으로 직결되는 국면이 됐다. 결국 ‘판매 둔화→인센티브 확대→마진 축소’의 고리가 공장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증설’ 선택·남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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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조감도 (출처-현대차그룹)

반면 현대차그룹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추진과 수소 연료전지 생산 기반 확장 등 ‘지금 짓는’ 전략을 꺼냈다. 향후 5년간 국내에 125조 원대 투자를 예고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구간에서는 하이브리드로 수익을 받치고, 그 사이 전동화 설비·공급망·소프트웨어 역량을 쌓아 다음 사이클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인센티브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은 있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처럼 적자 전환까지 몰리는 모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다만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거나 관세·환율 변수가 커지고, 중국발 가격전쟁이 장기화되면 선제 투자가 부담으로 바뀔 수 있어 ‘타이밍 관리’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