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관세 15%로 인하
한국차 25% 그대로 유지
가격 경쟁력 무너질 위기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가성비’로 승부해온 현대차 쏘나타가 토요타 캠리보다 비싼 차가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3일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대폭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여전한 한국산 차량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가격으로 우위를 점해왔던 한국차가 일본차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현실이 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 상실로 미국 시장 퇴출 위기
미국 중형 세단 시장은 캠리, 어코드, 쏘나타 3파전으로 요약된다. 이중 현대차 쏘나타는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었다. 기본 트림 기준 쏘나타는 약 2만6900달러로, 캠리(2만8400달러)보다 약 5.3%, 어코드(2만9390달러)보다 약 8.5% 저렴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 자동차가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부담해야 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더 비싼 쏘나타 대신 더 저렴해진 캠리와 어코드를 선택하게 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5월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57만4763대로, 전년 대비 10.7% 줄었다. 관세 이슈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지 생산 비중’에서 밀리는 한국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을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차량 171만 대 중 100만 대가 한국에서 생산됐으며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42%(71만 대)에 그쳤다.
반면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미국 현지에서 대부분의 차량을 생산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233만 대 중 127만 대를 미국에서 직접 생산했고, 혼다는 72%가량을 현지 공장에서 만들었다.
이처럼 ‘현지화율’이 낮은 한국차는 관세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7%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협상 성공하면 오히려 기회 될 수도
한편 다행히 한국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본과 같은 수준인 15%로 관세를 낮추면 한국차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효과로 일본과 달리 수입관세 2.5%가 없는 만큼 실질적으로 12.5%까지 대미 자동차 관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현대차·기아가 부담하는 월 6,000억원~7,000억원의 관세 비용이 3,500억원 수준으로 무려 절반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