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하루 만에 입장 번복
10조 순매수 흐름, 세제 개편에 무너져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 비판 잇따라

한국 정부의 2025년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그동안 이어져오던 ‘바이 코리아(Buy Korea)’ 흐름이 중단되며 하루 만에 대규모 매도세로 전환된 것이다.
1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56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10조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이어져오던 흐름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특히 대주주 주식 양도세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 고배당 분리과세 최고세율 상향 등 세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코스피는 3.88%, 코스피100지수는 4.01%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대형주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며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환율도 상승하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IB, 세제 방향에 일제히 우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방향과 충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제 개편안이 ‘코리아 업(Korea Up)’ 프로그램의 취지와 반대된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추진 중인 정책이다.
골드만삭스는 4일 보고서에서 “개정안 발표 이후 여당 내부의 혼선이 보도됐고, 여당 지도부 교체도 있었다”며 세금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CLSA도 ‘헉, 세금 인상(Yikes, tax hik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

이번 개편안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고배당 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35%로 확정된 점이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정책 방향이 자본시장 활성화보다는 세수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인센티브 없이 세금만 강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배당 정책 유인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정책 불확실성과 투자 매력 저하가 겹치면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회복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5개월, 달라질 수 있을까

현재 발표된 세제 개편안은 정부 초안이다. 최종안은 연말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으로, 그 사이 세부 내용이 바뀔 수 있다. CLSA는 “앞으로 5개월간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보완의 여지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외국인 자금 이탈은 단기간 내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은 이미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과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외국인 투자 이탈은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