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엔진 공유? “말도 안 되는 소리”…메르세데스-벤츠, 새로운 모듈형 엔진 개발

BMW 엔진 공급설 공식 부인
독자 엔진 기술로 정면 돌파
브랜드 정체성 수호 전략

“벤츠에 BMW 엔진이 들어간다고?” 믿기 힘든 이 소문은 일주일도 안 돼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부인으로 일단락됐다.

경쟁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단호히 거절한 벤츠는 오히려 자사의 새로운 모듈형 엔진 플랫폼 ‘FAME’을 전면에 내세우며 독자 노선을 확고히 했다.

BMW의 파워트레인을 빌려 쓴다는 말에 업계가 들썩였지만, 벤츠가 자존심을 걸고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든 엔진만 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벤츠, BMW 엔진 공유설 ‘정면 반박’

최근 독일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벤츠가 BMW의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공급받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일부 현지 매체는 심지어 이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 차량이 2027년에 출시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이 소문이 설득력을 얻은 배경엔 전동화 전환으로 인한 내연기관 개발 비용의 부담이 있었다. 한정된 자원을 완전 전기차(EV) 전환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뮌헨 모터쇼 현장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못을 박았다.

최고기술책임자(CTO) 마르쿠스 셰퍼는 이탈리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모든 배기량의 엔진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며 “유럽연합(EU7), 중국7, 미국 배출가스 규제까지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FAME 엔진 플랫폼, 벤츠의 ‘기술 자존심’

벤츠가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자사에서 개발한 차세대 모듈형 엔진 패밀리 ‘FAME(Family of Modular Engines)’이다.

이 플랫폼은 4기통부터 12기통까지 다양한 배기량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으며,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최신 기술도 접목됐다.

초기 적용 모델은 차세대 CLA에 들어갈 1.5리터 M252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해, 일상 주행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기준 최고 출력은 188마력 수준이다.

특히 고배기량 엔진의 지속 공급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마르쿠스 셰퍼는 “V8, V12 엔진은 앞으로도 계속 생산할 것”이라며 고성능 모델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쟁보단 독자 전략…브랜드 정체성 수호

BMW와의 엔진 공유설 외에도 중국 지리자동차와 소형 엔진을 공동 개발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왔지만, 벤츠는 이 역시 부인했다. “내연기관을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BMW가 토요타와의 협업을 통해 스포츠카, 수소차 개발에 적극 나선 것과 달리, 메르세데스는 오히려 독자 기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두 브랜드의 전략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BMW는 제휴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반면, 벤츠는 기술 주권을 기반으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연기관 퇴조 흐름 속에서도 벤츠가 새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동화만이 답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든다.

한편 일각에선 “소문은 결국 벤츠가 기술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벤츠는 이번 발표를 통해 그런 오해를 정면 돌파하고, 자사 기술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다만 BMW 엔진이 들어간 메르세데스를 기대했던 소비자에게는 아쉬운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벤츠는 벤츠답게 간다’는 메시지를 다시금 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