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10곳 중 8곳 부담 호소
“커졌더니 지원 끊겨… 도태 위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뒤 오히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혜택은 줄고, 규제는 늘면서 일부 기업들은 성장 자체를 포기하거나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중 77%가 중소기업 졸업 이후 경영상 부담이 실질적으로 커졌다고 답했다.
국내 전시산업 분야의 시공테크는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서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공공입찰 및 수의계약 자격에서 배제됐다.
회사 측은 “매출이 늘었다는 이유로 기존 혜택이 일시에 사라지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금·금융지원 ‘뚝’… 부담은 두 배, 기회는 절반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세금과 금융이다. 중견기업이 되면 정부의 저리 정책자금(연 2~3%) 대상에서 제외돼, 시중은행 대출(연 5~6%)로 대체된다.
이자 비용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세제 혜택도 급격히 줄어든다.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등 26개 항목에 이르던 혜택이 중소기업 졸업과 동시에 종료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은 늘어도 순이익이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장 신설도 제약을 받는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등 일부 지역에선 중소기업일 때는 가능했던 공장 증설이, 중견기업으로 전환되면 규제로 인해 제한된다.
실제로 한 중견기업은 수도권 부지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가 사업을 철회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현실적인 부담이 커지면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후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 대책 마련… ‘점감형’ 제도 개편 착수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 주재로 열린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기업 규모별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핵심은 중소기업 지원 혜택이 기업 성장 이후에도 급격히 줄지 않고,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투자, 연구개발, 수출 등 실질적인 성장 활동 중심으로 지원 방식을 재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각종 규제 기준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재검토할 예정이다. 경제형벌의 경우, 배임죄 등 형사처벌 위주의 규제 대신 과징금 중심의 금전적 책임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앞으로 현장 간담회와 추가 TF 회의를 통해 제도 개선 과제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변화 없이는 회귀 흐름 계속될 것

중견기업 전환은 외부 신뢰도 제고와 대기업과의 협업 확대 등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실질적 부담이 기회를 앞지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중견기업이 됐다고 해서 내부 시스템이나 인력 수준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현장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반영한 제도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주저하는 흐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확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